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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Mar 10. 2020

옥중에서 사망한 누군가의 일기

나의 작은방 위로
살고 있는 거인은 하루가 멀다하고

발자국 소리를 내려놓습니다
거인의 움직임은 나의 방을 위태롭게 합니다
나의 천장이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창 밖으론 이제 갓 스물이 된 청춘들이

앞으로의 여정에 필요한 추억을 담금질 하고 있습니다
소란함은 창을 쉽사리 넘어 나의 방을 헤집습니다
나의 창이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가난이 죄가 되는 나라에서
형을 살고 있는 나는
기약도 없는 출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형인지 종신형인지

배불뚝이 판사는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는 없고 검사와 판사만 가득한 재판장에서

모범시민이 되고 싶었다고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었는데 어떻게 하냐는

나의 절규는  그저 우는소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소리치면
너 같이 반성할 줄 모르는 놈은
맞아야 정신이 든다는

간수의 매방망이질이 찾아옵니다  

 

매질이 무서워  침묵해야 하는지

세상이 더러워 소리쳐야 하는지 

멍자욱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

 

가난한 나의 하루가 가고
여전히 가난할 하루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생긴 멍들을 쓸어 만지며 부질없는

희망 하나 걸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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