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그만두겠습니다.”
최근 또래 활동가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활동을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업을 해서, 시험 준비해야 해서, 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등. 그 다양한 이유 속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생계 문제. 즉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다.
활동가로 살아가다 보면 생계 문제가 늘 뒤따른다. 20대 초반이라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대학생일 테다. 일찍 취업해서 일을 시작하는 친구도 있지만 사회초년생의 월급은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돈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활동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의 생활 수준은 비슷한 정도다. 문제는 20대 중반이 되고 후반으로 진입하면서 점차 뚜렷해진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활동가의 길을 걸어 온 ‘나’와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착실하게’ 생활해 온 ‘친구’의 경제적 수준과 여유는 상당하다. 이런 표현을 쓰기는 싫지만 이따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비교하지 말고 살아라.’, ‘네가 선택한 길을 믿고 가라.’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과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들은 가끔 공허하게 느껴진다.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일 테지만 가끔 현실성과 동떨어질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희생이 뒤따르는 사회활동 영역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선배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더욱 불안해질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대로 활동해도 괜찮을까.
‘활동가로 살고 싶다.’
청년활동가들은 말한다. 활동가로 살아가는 게 좋다고. 하지만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이라 고민된다고. 활동가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건 선배 활동가들의 잘못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같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NGO 영역에서 ‘돈 이야기’란 꽤 민감하니 말이다.
작년 8월, 청년활동가들과 함께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대만에 다녀왔다. 주거 문제, 청년 문제, 성 소수자 인권 문제와 같은, 비슷하나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청년단체와 활동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중 사회주택추진연맹에서 활동하는 Lin이라는 활동가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열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되면 조직 또한 소중한 인력을 잃게 된다고 말이다. 사회주택추진연맹은 소액이라도 안정적으로 월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대역량, 사회민주당, Tongzhi, Marriage Equality Coalition 이라는 단체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들 모두 임금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 단체가 재정적으로 여유로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임금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이 부분에 대해 대만 시민들도 반감은 없다고 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회활동 영역으로 뛰어든 이들은 없을 것이다. 대다수가 사명감을 가지고 단순히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환경에서도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보장이 있어야 한다. 그 믿음과 보장 없이는 떠나는 친구에게 떠나지 말라 이야기할 수 없고 새로운 세대에게 같이 활동가로 살아 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청년활동가, ‘이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기 위해 우린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 및 단체설명>
1) 대구시 청년정책 2019 글로벌프로젝트 ‘발품’: 총 5개 팀이 선정하여 팀당 5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각 팀은 예산 내에서 스스로 방문계획과 예산계획, 방문단체소통을 진행하여 해외에 다녀오는 탐방프로젝트
2) 사회주택추진연맹: 1989년 민달팽이 운동이라는 주거운동 시위를 시작으로 2010년 13개 단체의 연맹으로 시작된 단체. 현재 청년과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위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음
3) 시대역량: 해바라기 운동 이후 청년들이 모여 창당한 정당. 현재 원내 3석을 보유하고 있다. ‘공평과정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중국과 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 내고 있다.
4) 사회민주당: 해바라기 운동 이후 청년들이 모여 창당한 정당, 대만 내 좌파정당으로 노동운동. 청년운동을 하고 있다
5) Tongzhi: 성소주자 인권 단체, 전화상담과 동성애 커뮤니티, 성소수자 교육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6) Marriage Equality Coalition: 2017년 5개 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성소수자 인권단체. 성소수자 관련 정보를 알리고 집회를 기획하여 활동하고 있다.
* 이 글은 대구참여연대 소식지 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