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습니다. 하루 내내 피곤한데도 자리에 누우면 졸음은 저만치 달아나 약을 올리니 많은 밤이 술래잡기입니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먹기에는 겁이 나서 언젠가 지인에게 영양제를 추천 받은 적 있습니다. 불안함과 초조함을 달래는데 좋다고 했는데 영양제를 먹어도 쉬이 잠에 들지 못했고 오히려 꿈에서 가위가 눌리는 악몽을 꾸기 일쑤였습니다. 지인에게 이야기 했더니 부작용 중 하나가 악몽이라고 합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악몽인걸 보니 영양제로 일렁거리는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술을 진창으로 마셔도, 에너지를 많이 써서 몸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봐도, 잠이 잘 온다는 영상을 틀어놓고 있어 봐도 전혀 효과가 없는 날이 많습니다. 몸 안 스위치가 고장 난 거 같습니다. 내려가야 할 스위치가 내려가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편히 잠에 들어보고 싶습니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에 든다는 사람과 꿈을 잘 꾸지 않는다는 사람이 부럽기만 합니다. ‘잘잤다’는 말. 나는 언제쯤 이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잠의 신은 밤의 여신의 아들이며 죽음의 신과 쌍둥이 형제라고 합니다. 밤이 잠과 죽음을 낳았다는데 그 둘이 단순하게 형제였다면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겠지만 쌍둥이라고 하니 이마를 긁적이고야 말았습니다. 생이 끝나는 순간에도 편히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르나 비슷한 그들의 면(面)을 보며 나는 오늘도 뒤척일 것만 같습니다.
오늘도 밤은 아침으로 이어집니다. 밤이 깁니다. 여름인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