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태 Jul 27. 2020

면(眠)

 어제도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습니다. 하루 내내 피곤한데도 자리에 누우면 졸음은 저만치 달아나 약을 올리니 많은 밤이 술래잡기입니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먹기에는 겁이 나서 언젠가 지인에게 영양제를 추천 받은 적 있습니다. 불안함과 초조함을 달래는데 좋다고 했는데 영양제를 먹어도 쉬이 잠에 들지 못했고 오히려 꿈에서 가위가 눌리는 악몽을 꾸기 일쑤였습니다. 지인에게 이야기 했더니 부작용 중 하나가 악몽이라고 합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악몽인걸 보니 영양제로 일렁거리는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술을 진창으로 마셔도, 에너지를 많이 써서 몸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봐도, 잠이 잘 온다는 영상을 틀어놓고 있어 봐도 전혀 효과가 없는 날이 많습니다. 몸 안 스위치가 고장 난 거 같습니다. 내려가야 할 스위치가 내려가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편히 잠에 들어보고 싶습니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에 든다는 사람과 꿈을 잘 꾸지 않는다는 사람이 부럽기만 합니다. ‘잘잤다’는 말. 나는 언제쯤 이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잠의 신은 밤의 여신의 아들이며 죽음의 신과 쌍둥이 형제라고 합니다. 밤이 잠과 죽음을 낳았다는데 그 둘이 단순하게 형제였다면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겠지만 쌍둥이라고 하니 이마를 긁적이고야 말았습니다. 생이 끝나는 순간에도 편히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르나 비슷한 그들의 면(面)을 보며 나는 오늘도 뒤척일 것만 같습니다. 


 오늘도 밤은 아침으로 이어집니다. 밤이 깁니다. 여름인데도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적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