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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Oct 30. 2020

우리의 삶은 모순이 가득해서

공평과 정의, 그리고 젠더이슈를 포함해 수많은 말과 행동을 할 때, 우리가 정말로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어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걸까. 술자리에서 쉽게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나 댓글을 쓰는 사람들 더 나아가 활동가나 정치인들은 한 치의 부끄러움 없고 깨끗하고 완전한 사람일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정치판이나 사회활동 영역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정의를 말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부정한 방법으로 자산을 불리고 있었고, 성범죄에 연루되고, 갖은 특권과 특혜를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일이 허다하니 말이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보며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거짓말이다 그 사람이 그럴 일 없다’며 보호하기 바쁘거나 ‘믿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실망하고 돌아선다.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들은 월척을 하나 낚아 올린 듯 맹렬하게 공격을 시작한다. 한동안 지루하나 시끄러운 싸움이 이어진다. 


 이 지긋지긋한 상황이 되풀이 되면서 얻은 하나의 결론이 있다. 감히 이야기 하자면 정치인이든 활동가든 ‘사람’이라는 거다. 사람은 불안정하고 타인의 내면을 절대 알 수 없다. 내가 살아온 모습과 겪어온 내면의 갈등을 당당히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특정한 소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을 거다. 맹목적인 믿음이나 지지는 오히려 나에게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활동가나 정치인을 지지할 때, 마치 신앙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활동가든 정치인이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사람이고 한계가 있으며 어두운 면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들이 하는 말과 보여주는 행동은 그들의 전부가 아니다.  


 활동가나 정치인들 역시 그러니 자신은 깨끗하다는 이야기는 자중했으면 한다. 또한 상대방의 허물로 자신과 집단의 이익으로 돌리는 행동 역시도 자중했으면 한다. 자신이 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당위적 선언에 지나지 않으며 ‘나’ 자신의 개인도 부족하고 때론 스스로 뱉은 말과 모순되는 행동을 하지만 그 선언을 지키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진실 되게 말했으면 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인정하기를 바란다. 


 활동가라고, 정치인이라고 공평과 정의를 태어나면서부터 말하지 않는다. 살아오며 몰랐던 걸 알아가고 반성하고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활동하지 않는 사람이나 고위공직에 있지 않는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월등한 존재도 아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살아오며 똥도 묻고 겨도 묻은 평범한 사람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잘못을 해도 덮어놓고 이해하자는 이야기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사회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정의롭지 않다면 그게 정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미 살아오며 똥이든 겨든 묻었을 텐데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자는 거다. 깨끗한 사람만이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한계가 있고 오점이 있으나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를 찾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고 정치를 하고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는 거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판 받거나 처벌 받아야할 게 있다면 응당 비판 받고 처벌 받아야 하는 건 맞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것도 맞다. 다만 그 자신의 한계와 잘못을 덮어두고 나는 깨끗하다 말하지 말 것과 자신을 신앙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걸 자중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모순 가득한 게 사람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도덕적으로 무결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우린 단지 과정 속에 있다. 나아가고 있을 뿐이며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겸허히 인정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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