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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Mar 04. 2019

전하고자 하는 어떤 말이 있어서

길을 지나다가 어떤 아저씨를 보았다.


아저씨는 얼굴에 핸드폰을 가져다 대고 핸드폰과 얼굴 사이로 열심히 손짓을 하고 있었다. 대충 뒤에서 바라본 그 모습은 악단을 아우르는 지휘자 같기도 하고 첨단 기술을 다루는 토니 스타크를 연상시키기도 했으나 어쩐지 우스꽝스럽고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발걸음이 빠르고 아저씨는 발걸음이 느렸던 탓에 아저씨를 따라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냥 쓱 지나치려다 호기심이 들어 아저씨와 꽤 가까워졌을 때 슬쩍 아저씨의 핸드폰 화면을 훔쳐보았다. 핸드폰 화면에는 한 아주머니가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손짓을 하고 있었다. 순간 정전이 된 것처럼 아득해졌다.


 슬쩍 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다. 행복해 보이표정이었다. 그 둘은 부부일까 아님 다른 무엇일까, 누가 말을 못 하는 것일까, 아님 누구도 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자꾸만 훔쳐보고 싶어 졌지만 더 이상 실례를 할 수 없어 그만두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고요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아저씨의 그 손짓을 오래도록 훔쳐보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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