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듀이 Oct 23. 2018

출국 전날, 여행사가 파산했다

day1. 방콕에서 파타야로

말그대로 갔다가 왔다. 가기만 했음 좋았을텐데 또 왔다는게 포인트다. 오기 싫었는데 한국에 왔단 말이다. 진짜 여행이 끝났구나 싶다. 행복했지만 심장이 여러번 내려앉았던 여행기를 천천히 써보려고 한다. TMI 싫어하시는 분들, 에세이류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 뒤로 가기 눌러주셔라. 그런 감성은 2편에 나온다.


방콕 티켓은 5월에 샀다. C언니, L언니와 떠났으며 지금 엘에이에 계신 Y언니와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Y언니와는 곧 떠날 것이야. 후후. 맨날 가자가자고만 해놓고 못갔는데 걍 갑자기 끊어버림. 언니라고 부르지만 동갑이라는 것이 팩트! 아, 방콕 떠나기 전에 항공권을 구입한 여행사가 무려 파산을 했다. 탑항공이라고. (현 시점엔 무려 폐업했다) 떠나는 전날 알게 돼서 울었다. 탑항공이랑 진에어 모두 예약조회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그냥 망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환불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탑항공 고객센터는 역시나 먹통이었고. 빨리 다른 비행기표를 예매해야했는데 일단 진에어 고객센터 열때까지 기다렸다가 확인해보고 안됐으면 예매하자고 결론내렸다. 진에어 고객센터가 새벽 6시에 여는데 그냥 안자고 기다렸다. 6시까지 할 일도 없이 불안에 떨면서 말이지. 여튼 하 여튼 간 예약은 무사히 되어 있었고, 쿨하게 떠날 수 있었다. 세상 미련없이 한국 안녕.


탑항공 관련 뉴스는 여기있다며. 저는 이제부턴 무조건 항공사에서만 티켓을 살 것입니다.


#1. 첫 날, 아침

정확히 8년 만이다. 23살때 캄보디아에서 14박 15일을 있었다. 같은 나라가 아님에도 태국의 풍경에서 캄보디아의 정취를 느끼는건 나쁜걸까. 일본가서 한국 정취 느낀다고 하면 빡칠거아냐? 그런 느낌은 아니니까 하고 싶은 말은 하겠다. 캄보디아의 공기, 온도, 음식 모든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뭐가 얼마나 나아졌나. 하나도 없다. 그때는 진짜 겁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냥 쫄보에 불과하다. (이런게 TMI임)

새벽에 겁없이 편의점까지 막 걸어가서는 똠얌꿍 라면 세 개씩을 나눠먹었다. 다들 얼굴도 손도 팅팅 부었지만 풍경 하나에 탄성 질렀다. 베란다에 실외기가 있어서 엄청 시끄러웠는데도 풍경 보겠다고 나가서 한참 서 있었을 정도니까. 길가에 널린 야자수며 조식 먹으러 내려가자마자 풍겨오던 음식 냄새까지 첫 날부터 그냥 됐다, 이정도면 끝났다 싶었다. 더 바랄 게 없는 여행이어서 싸울 일도 없었던 것 같다.

공항근처에서 자고 바로 파타야로 출발해야하기에, 숙소 클라스 같은 건 보지도 않았고 걍 저렴한 곳에 묵었다. 그런데 음식 수준이 진짜 말잇못. 세상에 네상에. 하트 계란후라이 어쩔거야. 핫케이크며 팟타이 등등 모두가 맛있었다. 공항 근처에서 걍 잠만 자야 하는 사람들은 꼭 여기에 묵어보셔라. (가성비 기준)


#2. 파타야 가는 길

택시비 이리저리 따져보다가 호텔에서 부르는게 나을거 같다고 판단. 1500바트였나, 1600바트였나. 기억이 잘 안나지만 저 가격대였고 그 이상 부르면 비싼거라 봐도 된다는 얘길 들었다. 짐을 바리바리 챙겨서 택시 탔는데 멋쟁이 기사님이었다. 파타야 가는 내내 풍경에 소리 지르고 셀카찍고 난리났다. 1시간 정도 달리니까 파타야가 보였다. 또 소리질렀다. 기사님 아마 여러번 놀랐을듯.

파타야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그 숙소는 파타야가 아니란다. 멀단다. 그래서 가방을 근처에 맡기고(T라운지 애용해보셔라. 공짜입니다) 옷만 갈아입고 선착장까지 가는 썽태우를 탔는데 왜 가다가 멈추는 것이야. 내려서 1km를 걸어갔다. 뙤약볕을 맞으면서!

그래도 걷다보니 이런 풍경들을 천천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날씨가 정말 내내 우리를 도와주었다. 선착장에서 꼬란섬으로 가는 배타고 출바알. 전날 몇 시간 안자서 그냥 쭉 잤다. 도착할때까지. 아름다운 인간.


#3. 싸매비치와 침수

사실은 말이야. 사실은. 제가 이 날 정말 눈물을 흘릴 뻔했는데 싸매비치 너무 예뻐, 한마디면 끝날 곳인데 에피소드를 또 썼어요. 짐 지킬 사람이 필요해서 선베드에 있다가 다 같이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바다로 갔다. 혹시 누가 훔쳐갈까봐 가방도 들고 들어갔는데 신나서 막 찍어주고 있었다. 혹시나 물에 빠뜨릴까봐 L님 핸드폰은 가방에 넣어놨는데 하필 파도가 겁나 세게 쳤지 뭐람. 그래서 가방 안으로 물이 쏴~악 들어왔지 뭐람! 저의 핸드폰과 우리 L님 핸드폰 모두 젖었지 뭐람! 눈물이 앞을 가렸는데 케이스에만 묻은 것 같아서 급하게 닦고 말았어요. 그리고 해피한 기분으로 오토바이 타고 다시 선착장에 와서 배를 탔지요.


근데 우리 L님이 보조배터리와 핸드폰을 연결하는순간, 똑똑한 갤럭시 왈 "물기가 감지되었다" 세상이 무너졌다 이말이에요. 제가 또 침수를 시킨게 아니겠어요? 제가 예전에 L언니 디카도 바닥에 떨어뜨려서 수리해준적 있는데 진짜 내 손 자르고 바닷물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이거에요. 아직 여행은 3일이나 남았고, 서울로 돌아간 이후에도 명절이라 핸드폰을 고칠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L언니는 명절에 출근도 해야하는 상황. 나 정말 진짜 너무너무 심각하게 비극에 처한 상태로 일단 맥도날드로 갔다. 결말은 좀 더 기다려보세요.


#4. 유 파타야

짐 찾으러 가는 길에 우리 언니들이 먹고 싶다고 했던 콘파이를!!!! 먹었다!!! 갤럭시가 살아나지 않아서 나는 계속 우울했고, 맛은 있는데 이게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아흑. 지금 생각하면 맛있었던거 같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유파타야라고, 블로그에서 보고 너무 예뻐서 예약한 곳인데 여기가 파타야라는 이름만 붙었지 실제로는 파탸야가 아니라는 무슨 나같은 모순을 저지르고 난리야. 그러나 지는 석양을 보면서 또 아름답게 유파타야로 향했다. 도착하니까 거의 6-7시 정도였는데도 가자마자 수영해야지~ 했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도착하자마자 소리지름. 너무 아름다웠다. 심지어 체크인 늦었다고 풀빌라로 업그레이드해줌...... 시상에 네상에...... 감사합니다....... 그런데도 머릿속엔 우리 L언니 갤럭시 생각뿐.... ^^


저 자연 느낌 어찌해야 하나. 진짜 온통 초록초록하고 나무나무하고 다 예쁘고 그냥. 뭐 감각이고 나발이고 필요없어. 짱이야.

막 울퉁불퉁한 길따라서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저만치서 약간 뭔가 낭만적인 실루엣이 보였다. 진정해. 숙소는 보고 나가야지.

대문 여니까 촥. 노을 지고 있고 난리났따마.

이제부터는 그냥 사진 쭉 보실게요. 아까 낭만적일것만 같던 그 실루엣으로 다가갔는데 진짜 말도 안나왔음. 사진으로는 절대 못 담는다. 물에 풍덩 하기 전 노을과 수영장... 미쳤다 진짜.

뭐 이거는 말할 필요가 없고. 여기서 잠수내기를 했다가 수영내기를 했따가 정말. 시상 재밌었다며. 너무너무 즐거웠고, 갤럭시 생각이 잊혀졌다.

배고프니까 밥먹으러 왔다. 여기는 좀 반칙인게, 조식도 곧 보여드리겠지만 진짜 맛있거든. 식당도 진짜 맛있다. 제가 태국 음식 없이는 못사는 사람이며, 똠얌꿍 먹으러 태국 왔다고 200만번은 말했잖아요. 근데 여기 정말 모든 음식이 단 하나의 실망도 안 줬음. 물놀이 해서 배고픈 영향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똠얌꿍은 노스이스트보다 여기가 더 맛있습니다. 유파타야 가시는 님덜은 근처 식당 찾지 말고 여기서 해결해도 된다. 그리고 무슨 쿠폰 같은거 쓰면 칵테일 한 잔씩 더 줍니다. 꼭 쓰셔라.

알아. 한국에서도 많이 팔아요. 근데 그냥 맛있어요.

사실 이날 다섯접시 먹었거든. 진짜 잘먹었거든.

이것도 먹었구요. 무슨 생선살 튀긴건데 화질이 좀 2g폰스럽네.

이게 대망의 똠얌이. 진짜 미쳤음. 우리 친구들 제가 어지간히 똠얌에 집착했는데 매끼니 시켜주셨다. 감사해 열분. 자 이제 배부르게 먹었으니 숙소로 돌아가서 쿨쿨했죠. 그래서 갤럭시가 어떻게 됐냐면 2탄에서 알려드리죠.

앙녕~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하는 친구를 위로한 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