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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Oct 22. 2020

작가엄마의 감성 태교-입덧, 그리고 젤리 곰

임신 7주가 시작 되다. 강낭콩 같은 아기집 :)


#임신 7주, 입덧이 시작되다.


일주일 동안 출혈이 멈추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불안의 연속으로 보내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왕복 3시간의 출퇴근 거리와 1층에서 3층까지 계단을 내내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회사의 환경은, 절대 무리하면 긴급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게 임신 7주는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며 근무를 하게 되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를 만나지 못했던 우리 반 아이들은
" Teacher, Are you ok? I missed you so much"라고 내게 안부인사를 했다.
일주일간 거금의 택시비를 들여 하루 왕복 5만 원이라는 지출이 5일 내내 지속되었다.

아침부터 혼잡한 출근길의 여정을 뚫고 지나와 지친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이들을 마주 할 때면 어느새 다시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남은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시, 무서운 입덧이 거세게 덮쳐왔다.
출 퇴근길, 한 시간 남짓한 택시 안에서도 버티지 못해 물을 쟁여놓지 않으면 참기가 힘들었고 이때부터 탄산수는 절대 없으면 안 될 나의 동반자가 되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에서의 구역질과 구토....
소화가 안 되다 보니 헛 구역질이 계속 올라왔고 그 덕분에 나는 화장실로 직행했다.
정말 변기를 붙잡고 얼마나 고해성사를 했는지... 입덧의 시간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의 연속이었고, 내 코는 정말 말 그대로 '개코'가 되어갔다. 어느 날 신랑이 음식을 해주겠다며 돈가스를 튀기는 순간, 그 기름 냄새란.....
눈 깜짝할 새에 몸은 이미 나를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입덧의 여정이 나를 덮치고 있었다.



#이름 모를 너에게 "태명"이 생기다.


그 와중에 우리는 아기의 태명을 짓기로 했다. 혹시 몰라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여러 가지 예가 있었고, 쌍 자음이 들어가는 이름이 태아에게 더 인지가 잘 된다는 글이 있었다. 예를 들어, 꼭지(꼭 지켜주세요) , 꼭꼭 이(꼭 꼭 붙어 있어요), 쑥쑥이(쑥쑥 자라요)등의 쌍 자음이 들어간 이름들이 그 예였다.
나는 검색 후, 꼭 그것과 연관 지어 이름을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초록 초록한 봄의 새싹이 떠올랐다. 그래서 신랑에게 바로 이야기했다.

"새싹이 어때? 새싹이~!!"

신랑도 다른 이름들은 별 반응이 없더니 새싹이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아기는 무럭무럭 잘 자라라며 그날 부로 "새싹이"가 되었고, 참 열심히도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임신 8주, 자꾸 불안한 이벤트를 한다 새싹이가.


며칠 후였다.
왜 자꾸 불안한 이벤트를 하는지.. 소량의 출혈도 겁이 난 나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새싹이는 여전히 임신 8주 주수에 맞게 심장도 잘 뛰고 있으며 아기는 괜찮다고 하셨다.

엄마를 왜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지...

신랑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같이 들어갈 수가 없으니 밖에서 기다리는 내내 너무 무섭고 초조하다고 했다. 바로 얼마 전 응급실을 갔던 도 있고, 유산이 된 아픈 경험도 함께 했으니 여러모로 신랑도 불안했던 건 마찬가지여서 그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그래서 부부는 기쁘고 슬픈 일의 모든 여정을 함께 해 나가며 동지애가 생기나 보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혼이 첫 번째 동행길의 시작이었다면, 임신은 두 번째 여정의 시작이라고. ²



#임신 9주 차, 아빠의 선물 그리고 아기 젤리 곰


선명히 보이는 아기 젤리곰 그리고 아빠의 선물


"일명 젤리 곰이라고 하죠, 보이네요 이제"
선생님께서 진료를 하시며 젤리 곰이 보인다고 이야기하셨다. 초음파 사진을 받아보고 그제야 나는 그 말씀을 이해했다. 하리보 모양의 젤리 곰이 아기집 안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어떻게 표현을 할지 고민을 했다.
그렇게 젤리 곰이 된 새싹이.
반짝반짝 거리는 심장과 뇌부터 시작하여 갈수록 신기한 일들이 내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정말 생명의 은 경이로울 정도로 신비했다.

​그 후, 왜 축하 꽃을 사주지 않냐나는 어린아이 같이 징징 댔고, 그럴때마다 신랑에게서 연이어 "기다려봐"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집에 어여쁜 화분 4개가 도착했다.
스파트 필름, 테이블 야자, 유칼립투스, 문샤인이라는 새싹이의 친구들이.



집에 놓인 화분을 보자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새싹이가 자라는 동안 이 친구들도 예쁘게 자라기를 소망하며 잘 키우고자 다짐했다.

꽃은 금방 시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신랑은 오랫동안 함께 키우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식물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신랑인 줄 모르고, 나는 미안한 맘과 고마운 맘이 공존하며 수줍게 "고마워 자기 씨"라고 표현했다.


안에 새 식구들을 맞이했다.

새싹 이를 품고 있는 남은 여정 동안 이 친구들도 내가 잘 품어보자며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다.



얼마 전의 일이다.

내가 임신 5-6주 차 되던 때에 가장 친한 친구가 우리 집을 방문하여 함께 소소한 케이크 파티를 했다.

그런데 그때 친구가,

" 나도 임신했어 사실"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둘째가 생겼다는 깜짝 소식전하자, 우리는 기쁜 일이 동시에 생겼다며 함께 축하를 했다.

그랬던 우리였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안타까운 일이 그녀에게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친구의 경우, 시험관으로 작년에 귀중하게 첫째를 얻었다. 자연임신이 어렵다고 하여 그렇게 노력하에 아이를 가졌었던 터였다. 그리고 이번에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예정되어 있어서 기존에 다니던 병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친구는 월경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정기검진을 하고자 초음파를 보는데 의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야기했다고 한다.

"어머~! 임신했어요~!"

그 의사도 생각지 못했던 일에 당황하며 이야기를 했고, 친구 또한 기뻐할 새도 없이 더욱 당황했다고 한다.

이어 출혈이 있으니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피검사를 즉시 진행했고 차분히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임신 피검 결과 이미 6000이 넘어서 임신이 맞다고 연락이 왔고 며칠 후, 다시 초음파를 해 보았는데 안타깝게도 아기가 심장이 뛰질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아기는 초음파상 이미 8-9주였다.

이제 갓 돌이 넘은 첫째를 돌보며 일까지 겸했던 친구는 어안이 벙벙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자연임신으로 당시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월경인 줄 알고 그냥 두었던 그 피는 월경피가 아닌 유산으로 인한 출혈 증세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임신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 병원에 일찍 가보지 못했던 것이다.

의사는 태아의 잔재가 뱃속에 오래 남아있으면 산모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여 수술을 권했고 이후, 수술을 하고 나왔을 때 그제야 실감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사실 나도 경험이 있었던 터라 친구의 심정을 너무나 이해했다.

유산의 경험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모른다.

이것은 글로도 설명할 수 없다. 이 친구의 경우 외에도 이미 주변에서 많은 사례를 보았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도는 엄마들의 가슴 아린 이야기들은 눈시울을 적신다.

모든 산모가 그렇듯 임신 초기는 더욱 겁이 나기도 한다.

병원에서도 "12주 까지는 무조건 조심하셔야 해요"라고 일러두고 일러둘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유산 사례들을 접하면 저렇게 당부를 하실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정서적으로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해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이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불안한 엄마의 마음도 여전히 동시에 도사리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모두가 임신 때에 걱정 공주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 반열에 어쩔 수 없이 속해 있다.

그래도 나 자신을 믿고, 아기만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긴 여정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며.

당신은 생명을 품고 있는 이미 위대한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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