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민 Oct 30. 2020

감성 태교-엄마와 아빠는 너무도 달라.

우리 아기는 어떤 색을 지닌 아이로 태어날까?

우리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색을 지닌 아이든, 엄마의 바람은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바랄 뿐'

임신 12주 차가 되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너는 딸이면 좋겠어, 아들이면 좋겠어?"이다.
나는 미술, 영어 등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내겐 모두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대로,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대로 각기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 매력을 모두 알기에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나는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어.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상관없어"

물론, 우리 아기는 어떤 색을 가진 아이로 태어날지 궁금하기도 한 엄마이지만,
모든 엄마들의 바람은 결국 같지 않을까?


건강하게만 잘 태어나기를. 그것이 엄마의 소원이자 가장 큰 바람.


신랑과 나는 늘 이야기한다.

"우리는 너무나 달라"

그렇다. 신랑과 나는 너무나 다르다.

나는 이전부터 참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었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여행을 다니는 등, 내가 젊은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겁 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만들어 가며 살아왔던 터였다.

그러나 그런 나와 달리 신랑은 주어진일을 열심히 해내는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FM 이란 별명이 뒤따랐다고 한다.


어느 날 신랑이 회사 이야기를 하며,

"아니 아침 9시 출근이면 미리 20분 전에는 도착해서 준비를 먼저 하고 그리고 9시부터 딱 일할 자세가 돼야 하는 거 아니야? 9시 다다라서 도착해서 준비 없이 그게 일하는 사람 자세인가?"라고 말하며 내게 물었다.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 후자인데????^^;;;;;"


결혼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연애를 할 때에도 약속 시간을 정확히 고집하는 신랑을 맞추려 1분이라도 늦지 않기 위해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매일을 달렸다.

여자는 꾸미려고,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등 많은 일들이 즐비했지만 대부분 신랑은 시간은 사람 간의 신뢰이라며 매우 중요시했다.

그렇게 우리의 연애 때 조차도 그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이, 지금은 나와 함께 예비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늘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이렇게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 만나 결혼을 했다고.

그래서 그런 말도 있다.

30년 넘게 나와 다르게 살아온 사람을 어떻게 바꾸냐며, 그 간의 자기 가치관이 이미 형성되어 있고 자신만의 삶의 지표를 가지고 살아왔을 터인데, 바꾸려 하기보다는 인정하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애씀이 들어가고, 인정하면 오히려 편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이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직접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나 역시 그렇다.

신랑과 다름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여전히 객체이다.

여전히 각 개인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에게 나도 존중받을 수 있고, 나도 그를 존중할 수 있다.


아기를 생각하니, 이렇게 다른 엄마와 아빠를 어떻게 닮고 나올지 참 궁금하다.

각기 다른 객체의 염색체가 뒤 섞여 새로운 생명이 창조되었다. 너무나 다른 엄마 아빠의 모습이 우리 아이에게 모두 혼합되었다.

그래서 아기가 어떤 모습을, 어떤 색을 지니고 태어날지 엄마는 너무나 궁금하다.


아빠는 밤마다 늘 배에 대고 이야기한다.

"새싹아, 엄마도 아빠도 닮지 마라"

이후, 늘 흘겨보는 내 눈을 보고 웃으며 잠자리에 든다.


신랑은 늘 나처럼 그림도 잘 그리고 영어도 잘하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자기처럼 우직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의 아기가 우리의 바람대로 자라면 좋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색을 지니던 우리의 아기이자 내 새끼인 것을.


그래서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만들어질 우리 새싹이의 모습이 어떻든 엄마는 다시 마음을 바꾸었다.

엄마를 닮든, 아빠를 닮든 아니면 네가 너로서 고유한 색을 품고 나오든 건강하게만 태어나 달라고.


그것이 엄마, 아빠의 진정한 소원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감성 태교-엄마의 상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