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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띠 Apr 18. 2024

출산율 0.6% 도시 거주자의 육아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어무 행복한 육아라는 세계



부모님이 춘천집에서 슈퍼호스트로 성장하고 계시는 동안, 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부모로 성장하고 있었다.



나의 직장은 서울,

남편의 직장은 경기도 화성,

친정집은 춘천,

시댁은 부산.



아이를 낳고보니 한 명보단 둘이 버는게 나을 것 같아서, 호기롭게 복직을 했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

서울에서 직장다니며 나홀로 아이를 키우자니 정말 쉽지 않았다.

(아마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서 작년 출산율이 0.6% 였지 않나 싶다.)


더욱이 코로나 시국에 시도때도 없이 어린이집이 폐쇄되는 바람에 우리 부부 연차를 다 긴급보육을 위해 썼는데도 더 이상 남은 연차가 없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고 연차도 더이상 없었는데, 다행히 회사에 자율출퇴근제도라는 고마운 제도가 있어서 아이가 밤에 자면 다시 출근하기도했다.


이런 생활을 할때는,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서울에서 맞벌이가 가능한가?

우리 부모님도 시골집 말고 서울에 사시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수백번도 더 들었지만, 회사를 다니기로 결정한 것도, 아이를 낳은 것도 온전히 나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너어무 힘들어서 밤에 눈물짓는 날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육아로 인해 매순간 행복한 일이 셀 수 없이 더 많았고, 아이는 늘 내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렇게 힘든데.. 육아는 왜 이토록 행복한 감정을 줄까?

그게 궁금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적어보았다.

아이를 낳을까말까 고민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1. 육아는 지금 이 순간을 살게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삶을 지금 이 순간으로 돌려 놓은 건 고맙게도 우리 딸이었다.

아이의 호기심어린 눈빛, 세상 걱정없는 웃음, 바보같지만 심장이 아플만큼 귀여운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과거도 미래도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남는다. 예전에는 퇴근해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곤 했는데, 나는 출퇴근과 동시에 아이를 등/하원 하다보니 퇴근 후엔 완전히 회사 일을 잊고 육아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지금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의외로.. 육아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2. 아이를 챙겨주면서 나 자신도 챙기게 되는 마법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유튜브/넷플릭스를 보며 끼니도 대충 떼우고 있을텐데, 아이가 있기에 계절을 느끼며 매일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차려먹게 된다.

물론, 아이가 없이도 주체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그런 부류에 사람은 아니었다. 아침마다 내 한 몸 일으켜 출근하는 것도 힘들었던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부지런한 삶이 단련이 되었달까? 아이를 후다다닥 등원 시킨 후 회사로 출근하면 몸은 힘들지만, 하루 시작부터 한 가지를 해냈다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결혼 전에 비해 주름이 늘어난 내 손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든다. 더이상 예쁜 손은 아니지만, 부지런한 나의 하루하루에 대한 훈장을 받은 느낌이랄까?

 

이쯤되면 내가 딸을 챙겨주는게 아니라 우리 딸이 나를 출근 시키고, 성장하게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3.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내가 잘나서 돌아가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 정말 그렇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온세상의 도움으로 살고 있었다. 내가 회사가 있는 동안 우리 아이를 하루종일 돌봐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부족한 팀원인데도 보듬어 주는 회사 동료들. 시시콜콜한 대화로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친구들. 우리 딸 덕분에 알게된 어린이집/유치원 엄마들은 이제 누구보다 나와 공감할 게 많은 친구들이다.


마트에 가서 보는 사과 딸기 채소들 고기들..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불만많고 매사를 평가하려고만 했던 나는, 별일 없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렇게 소중한 하루임을 아이를 낳고나서야 알게되었다.



 4. 남편과도 더 애뜻해졌다.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육아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을 누가 묻는다면, 바로 남편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남편과 내가 주양육자가 되어 육아를 하면 부부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확률이 커지는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평화롭기만 한건 아니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로 배려해줄 건 배려해주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부분을 알게되는 느낌. 내 권리를 찾기위해 싸운적도 많았는데.. 결국 내가 안하는 부분은 남편이 감당하게 되고.. 그 짠한 모습을 보면, 이게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내가 더 움직이자는 생각이 든다. 서로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누구보다 아껴주게 된 것 같다. 나는 태생이 게으른 사람이기에.. 아이를 안낳았다면 서로 한심해하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





출산율 0.6% 시대에,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예상치 못했지만 육아는 정말 행복하고 의미있는 일이였다는 것을.


남편과 나도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글쎄?’ 라는 마음으로 ‘딩크로 살면 사는거지 모!’ 하면서 신혼을 보냈는데, 어쩌다 생긴 딸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하게될지는 몰랐다. 책임감이라는 짐을 지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나를 기쁘게 할 줄은 몰랐으니까. 육아라는 이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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