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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띠 Apr 11. 2024

꽃무늬 벽지로 슈퍼호스트가 된 아빠

꽃무늬 벽지/꽃무늬 커튼으로 슈퍼호스트 7년차. 어떻게 이게 가능해?


엄마가 춘천집을 에어비앤비에 올려 달라고 해서 올려놓긴 했지만, 나는 솔직히 이게 장사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빠는 손님들이 머무는 이층방들을 전혀 리모델링 하지 않았고, 내 눈에 꽃무니 벽지에 이 키티 쓰레기통은 정말 시선강탈이었기 때문에..

창피하니까 좀 고치고 장사를 하면 좋겠다고 훈수를 두었다.




이쯤되면 대체 어떤 꽃무늬 벽지에 어떤 쓰레기통인데?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민박집 둘째 딸의 시각으로 말해보자면, 춘천집은 멀리서 바라볼 때 멋지다. 조경을 전공한 엄마와 그런 엄마의 부지런한 일꾼이 되어주는 아빠. 두 분은 인테리어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신데 집을 둘러싼 밖에 공간에는 애정이 넘치셔서 집밖에 공간에 주로 정성을 쏟으신다. 잘 가꿔진 춘천집의 정원과 멋진 경관은 갈 때마다 행복을 선물하지만, 숙소 안에 들어갈 때는 흐릿 눈이 필수다. 


밖에서 보는 춘천집의 모습.
장독대 조차도 이쁘다
손님을 받는 방의 모습. 조금 멀지감치서 흐릿눈으로 보면 볼만하다.
가까이 보면 이런 모습
더 가까이 보면.. 이렇다. 독자님들의 안구보호를 위해 사진에 흑백 효과를 주었다.


하지만 아빠는 한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아 왔고, 더구나 투자라는 것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빠의 성향상 투자 하지 않고 이대로 장사를 하고 싶어하셨고, 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에어비엔비를 운영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아빠가 의견을 굽힐 것 같지 않았고, 나는 내 집도 아니기에 그냥 여기까지만 말하고 더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이 시기에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타트업에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반쯤 미쳐서 거기에 전념 하고 있었고,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시기여서 말로만 아빠 엄마한테 혼수를 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쓰레기통이라도 내가 바꿔 주고 엄마 아빠한테 잔소리를 했었어야 했는데..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상한일이 벌어졌다.

아빠가 에어비엔비에 손님을 받은지 얼마가 지났을까? 아빠는 슈퍼호스트가 되어있었다.


아빠는 내가 이런 글을 적고 있는걸 모르시기에 얼굴을 약간 블러 처리했다 ㅎㅎㅎㅎㅎ


왜 때문이지?

손님 방의 꽃무늬 벽지와, 키티 쓰레기통과, 싸구려 80년대식 티 테이블은 그대로인데..






에어비엔비 슈퍼 호스트가 대단한 일도 아니고.. 완벽한 후기를 가진 숙소도 아니지만,

꽃무늬 벽지로 이런 후기를 이끌어 냈다는게 내 기준에선 놀라운 일이었다.


왜냐면.. 호스팅 가격이 절대로 싸다고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다.

가격을 안올려서 그렇지 7년 전 물가로는 비싼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주말에만 운영하는 꽃무늬 벽지의 춘천 시골집은 왜 풀부킹일까?


1. 청소력

혹시 '짝'이라는 연애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요즘은 '나는솔로' 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다면, 10여년 전 즈음엔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나는 대학생 4학년 즈음?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었고, 아직 부모님 집에서 살 때였다.


그때 나는 종종 아빠와 함께 거실에서 '짝'이라는 프로그램을 같이 보았는데,

'짝'은 각자의 매력을 가진 남녀 출연자들이 숙소에서 일정기간을 함께 생활하면서 본인들의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티비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아빠는 짝을 볼때마다 당시 나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말씀을 자주하셨다.

외모가 멋진 출연자, 직업이 좋은 출연자, 성격이 좋은 출연자, 다정한 출연자 등등 저렇게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많은데, 꼭 구석에서 남들이 안볼때 청소를 하는.. 출연자들을 응원했다.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것 같은데 구석에서 청소를 묵묵히 하는 출연자를 보면서

"결혼은 저런 사람이랑 해야되는데.. 진국이야 진국" 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아빠는 청소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30여년 동안 내가 수건을 아무렇게나 걸어놓아도 포기를 모르고 잔소리를 하시는 아빠가 민박집 사장님이 되어 청소를 한다는게 어쩌면 천직을 찾은 것 같기도하다.


그때는 이해가 안갔던 아빠의 말들. 지금 애둘을 키우는 아줌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깨끗한 공간이 주는 행복감이 무엇보다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내 자신이 늘 쾌적한 공간에 사는 것만큼, 오늘 당장 내손으로 일굴수 있는 행복이 있을까?


낡고 조금 촌스러운 공간이지만, 아빠는 늘 마음을 다해 청소를 하시기에 그 마음이 손님들에게 닿은게 아닐까 싶다.



2. 손님은 아빠의 행복

몇해 전 겨울, 아빠는 허리가 아파서 방에서 꼼짝도 못할만큼 몇 달을 아프셨다.

나는 내 일상을 살면서도 아빠가 많이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다는 사실이 참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봄이 오고 손님을 받을 날이 다가 오자 아빠의 허리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펴졌다.

그리고 손님을 받을 준비를 하면서 다시 일상생활이 가능한만큼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지셨다.

(춘천집은 매해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에만 손님을 받고 있다.)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이, 내가 기쁨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살아갈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주말에만 손님을 받는 아빠가 가장 활력이 넘치는 때는 호스팅을 앞둔 2-3일 전.

얼마나 할게 많은 줄 너는 상상도 못할거야.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목소리에는 늘 활력이 넘치신다. 손님이 왔다가시면 두분은 싹 치우고, 수고한 본인들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사드시고 오는데, 이 루틴도 두분의 행복하게 만드는 일 중 하나.


부모님이 애정을 담아 가꾸는 이 집에, 매주 주말 새로운 누군가가 와서

사장님 잘 자고, 잘 놀다 갑니다 - 라고 말해주면 거기서 아빠는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잠시 스치는 손님들도 그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 반대로, 제일 속상해 하실때는 예정되어있던 호스팅이 갑자기 취소될 때! 호스팅이 취소되면 김이 빠졌다고 속상해 하신다. )



3. 부정할 수 없는 춘천집의 매력. 멋진 뷰, 좋은 접근성

아빠의 노력과는 별개로 춘천 시골집은 정말로 목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집의 전주인이었던 이모가 자주했던 말씀이 있었다.

"사람으로치면 이 집은 외모가 장동건이야." 


아빠의 시골집의 주소지는 춘천이지만 가평역에서 차로 5분거리기에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좋고, 집 바로 앞에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어서 뷰가 정말 장관이다. 

여기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눈을 뜨면, 왠지 몸이 개운한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그런 곳.

주변에 각종 수상레져 스포츠시설도 많고 스키장이나, 골프장이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들이 꽃무늬 벽지와 커튼, 낡은 시설등의 마이너스 요소를 상쇄시켜 줬던 것 같다.





부모님은 매해 5월부터 10월의 주말만 손님을 받고, 나머지는 여행도 하시고, 여가를 충분히 즐기는 삶을 살고 계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춘천집은 벌써 에어비엔비 숙소 7년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애둘맘이 되었다. 당연히 바쁘다는 핑계로 여전히 키티 쓰레기통하나 바꿔 준 적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전화로 이런 말을 했다.


"oo야 혹시 춘천집 어떻게 꾸밀지 아이디어가 있나? 엄마 올해는 손님방 좀 손보고 당당히 손님을 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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