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시골집 고치기
7년 전 즈음 아빠는 30년 넘게 다닌 회사를 은퇴하셨다. 그리고 오래 살던 도시를 떠나 춘천에 정착하셨다.
계획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아빠가 처음부터 춘천집에 살게 된 것은 아니였다.
아빠가 회사를 은퇴할 즈음,
나의 이모, 그러니까 엄마 동생의 집이었던 춘천집을 팔고 싶어 하실 때,
우리가 사면 어떻겠냐고 엄마가 아빠에게 제안 했다고 한다.
지금 부모님의 춘천집이 이모집일 때 몇 번 가보았는데
북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시원한 경관을 가진 정말 멋진 곳이었다.
갈때마다 뻥 뚫린 마음을 선물로 주는 그런 곳.
아빠의 은퇴 시기에 맞춰 엄마는 새로운 즐거움을 아빠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회사다니는 재미밖에 몰랐던 아빠에게 춘천집은 분명 선물과 같았다.
은퇴 후, 도시집에 있던 아빠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보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무료해보였다.
한평생 외벌이로 가족을 부양했던 아빠가 은퇴 후 당연히 편안한 시간을 보내길 바랐지만,
생기를 잃은 것 같은 모습은 내심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춘천집에서의 아빠는 늘 소년의 모습 같았고
매일매일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시골 생활이 시작 되었다.
춘천집에 있는 꽃 하나, 나무 하나, 돌맹이 하나
아빠와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고, 그곳은 점점 사랑받는 것 같은 공간이 되었다.
당시 나는 사회 초년생이었는데,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춘천집에 가보진 않았고 가끔씩 그곳에 놀러갔었다.
나는 춘천 집에 갈때마다 조금씩 다정한 공간으로 변하는 그곳이 신기했었다.
원래는 회사의 작은 연수원이었던 춘천집.
1층은 보통의 가정집이고,
2층은 싱크대와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이 4개 있다.
아빠는 이 집과 인연을 맺은 후,
일주일에도 몇번 씩 도시와 춘천을 오가며
집을 수리하고 돌보았다.
그렇게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엄마 아빠는 아예 춘천집으로 거쳐를 옮기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집의 2층을 비워놓는게 아까워서 에어비엔비에 올려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말이 나온 주말,
엄마와 나는 컴퓨터를 들고 집 근처 카페로 갔다.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되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숙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사진이 필요했는데,
글쓰는 걸 좋아하는 엄마가 숙소 설명을 작성하고,
내가 찍은 춘천집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아빠는 농어촌 민박 사업자 신고를 했다.
https://youtu.be/xriKo1kbCXs?si=QgGqo8DltvmvjuW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