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로 살기

물건 편

by lovelyjio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15년 즈음 되어가는 것 같다.

간소한 삶이 좋다.

그리고 그게 잘 맞는 사람들이 있다. 나처럼.

지금부터는 미니멀리즘 실천 방법들이다. 하지만 살짝 많이 융통성이 가미된.


미니멀리즘 실현의 첫 번째는 단연코 물건이다. 쓸데없는 물건은 웬만하면 집으로 들이지 않아야 한다. 꼭 필요한 가구와 쓸모가 분명한 물건만 들이는 걸 원칙처럼 삼는다. 물건들로 가득 찬 공간보다 여백이 있는 공간과, 꼭 있을 것만 있는 사물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아름다움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건지도.


그런데 위에서 쓸모가 분명한 물건만 들인댔는데, 이제부터는 궤변에 가까운 얘기가 될 것 같다. 앞서 내가 말한 ‘쓸모‘의 기준은 꼭 실용적인 쓸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예쁜 것 자체가 쓸모가 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이런 건 쓸모 없는 물건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들여 사용하는 아주아주 실용적인 물건임에 틀림없지만, 만약 내가 1인 가구여서 빨래감이 너무 적다면, 빨래방이 마침 바로 집 아래에 있다면, 오히려 그게 비용 절감이 된다면, 그 공간을 다른 것으로 활용하는 게 더 가치 있다면? 세탁기야말로 나에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일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세탁기는 쓸모가 없는데, 만약 내 맘에 꼭 드는 그림 하나가 내 마음에 쉼을 준다면? 그건 쓸모 있는 물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이다. 예를 든 것뿐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남들이 다 산다고 해서 ‘나도 저게 필요해’ 하는 게 아니라 ‘저 물건이 나에게 진짜 정말로 필요한가? 쓸모가 있는가?’에 대해 한 번은 꼭 제대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이외에도 대여 서비스가 되는 영역은 대여를 적극 활용하기, 중고 거래 활용해서 필요가 사라진 물건은 바로바로 정리하기, 하나를 버린 뒤 하나를 들이기 등 여러 가지 유명한 방법들이 많고, 모두 삶에 적용하는 중인데, 그 중에서도 물건의 가짓수를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방법이 특히나 좋은 것 같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서 아예 물건을 안 사는 게 아니다. 사되, 아이템 별로 가짓수는 1-2개로 제한한다. 신발을 예로 들자면 운동화 1개, 샌들 2개, 구두 2개, 가죽부츠 2개, 어그부츠 1개 뭐 이런 식으로. 가짓수를 채운 후에는 당연히 그 물건이 닳아서 버리기 전까지는 사지도,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예전엔 립스틱 덕후였어서 립스틱만 15개 정도 된다. 안 사야지 안 사야지 해도 세상 아래 같은 레드는 없다는 합리화를 하며 꽂히면 또 사게 된다. 이렇게 실천이 도저히 안 되는 분야가 있다. 아직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지켜지는 편이고 지키려고 하는 편, 립스틱 또한 확신의 뽐뿌가 오기 전까지는 나름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잡는 편… 가짓수 제한을 두려고 하는 마음이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옷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옷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치하려면 얼마든지 사치할 수 있는 대상, 충분히 있더라도 계속 사고 또 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상이기도 하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는 생각, 특히 여자들은 해본 적 있을 거다. 나도 해봤다. 그런데 이 느낌 자체가 바로 상황별 꼭 필요한 옷들, 자주 입을 옷들로 옷장을 채우지 못했다는 증명이다. 잘못 채워온 거다. 인터넷 쇼핑을 하는데 모델이 입은 모습이 순간 예뻐보여서, 비슷한 옷들은 넘쳐나지만 이것도 입으면 예쁠 것 같아서 이런 이유로 사려고 하면 끝도 없는 게 옷이다. 만약 맥시멀리스트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사서 기분도 내고 매번 새 옷 입으며 지내도 좋은 일이겠지만, 이왕 미니멀리스트로 살겠다고 방향을 잡았다면 옷에 대한 집착은 좀 내려두는 게 좋다. 옷을 무조건 사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이 옷이 나한테 정말 필요할지, 내가 정말 두고두고 잘 입을지, 내 옷장에 이 옷을 더했을 때 나중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은 없네’ 소리 안 나올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옷의 가짓수가 적어졌을 때의 장점도 있다. 출근할 때마다 뭐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 안그래도 바쁘게 출근 준비할 때 고민 없이 입고 나가는 것, 너무 좋다. 마지막으로, 미니멀리스트로 살고자 마음 먹었다면 먼저 내 물건들 전체를 파악하고 쓰지 않거나 손이 잘 안 가는 물품들은 모두 과감하게 정리를 하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쯤에서 살짝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미니멀리스트로 살면 돈이 절약될까?

반드시 꼭 그렇지도 않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필요 여부에 대해 엄격해지게 되는데, 꼭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면 비싸더라도 오히려 사게 되니까 돈이 절대적으로 절약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쓸데없는 지출, 몇 번만 사용하다 금세 싫증나고 말 것들에 대한 소비, 어디로 새는지도 모르게 의미없이 새는 돈이 줄어드는 거다. 굳이 안 써도 될 소비는 줄이되, 쓸 곳에는 오히려 베스트에 쓰게 된다. 대신에 나에게 딱히 안 중요하다 싶은 거면 남들은 다들 많이 소비하는 분야에도 완전히 초연해지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처음에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생각했던 계기는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였다.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에는 사람, 시간, 공간의 질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풀어 말하면,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둘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내가 머무르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 중 세 번째 요인에 대한 관심이 나를 미니멀리즘으로 이끌었다. 먼저 미니멀리즘에 관련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의 책들에서는 물건부터 간소화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게 미니멀리즘의 거의 전부인 줄 알았고, 동시에 그게 가장 어려운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내 삶에 적용해보면서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방향의 출발점일 뿐이자 오히려 가장 쉬운 영역이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것부터 노력해봐야 한다. 그나마 가장 쉬운 것이자 가시적인 것이기에 하다보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로 존경하는 분인 법정 스님의 일화를 보고 충격 받은 기억이 있다. 스님이 머무르시는 단칸방에 한 번은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이 스님의 거울을 훔쳐갔다고 한다. 그리고 스님은 자신의 생활에 아직도 훔쳐갈 만한 것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셨다고 덧붙이셨다. 나는 스님의 글을 보면서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을까 그냥 감탄하는 일개 중생일 뿐인지라 이렇게까지 살아낼 수는 없겠지만, 스님의 마음가짐만큼은 마음에 새겼다. 어차피 다 세상에서 잠시 빌려왔다가 결국엔 모두 내려놓고 가는 게 생인데, 물건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고. 가장 필요한 누군가가 그걸 가져가면 그걸로 된 거라고. 설령 그냥 잠시 일렁이는 욕심에 갖고 싶은 물건이 있더라도 그 물건은 세상 어딘가에 계속 존재할 것이니 꼭 내가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런 마음으로 무소유가 일부라도 실천이 되면 좋은 일이고, 그럼에도 안 되면 그때는 내 것으로 소유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이상을 지향하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게.



이미 미니멀리스트로서 통달한 전문가들,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처럼 꼭 100%까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삼으면 시작할 엄두가 안 나니까. 자신에게 적절한 % 역시 하면서 찾으면 된다. 100%에는 못 미치는 60%든 70%든 어쨌든 지향하는 건 지향하는 거고, 나에게 딱 좋은 %이면 그걸로 된 거니까. 꼭 100%, 1등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까지는 되지 않는 적정 범위 안에서 물건 다이어트를 통해 얻는 공간의 자유, 인생과 맞바꾼 게 월급인데 후회를 남기지 않는 합리적 소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기만족 그런 걸 누리며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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