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순간

새벽에 수박 먹는 아기

by lovelyjio


새벽에 갈증이 나 조심히 방 문을 열고 부엌으로 나가는데, 아기가 울면서 급하게 따라 나온다. 잠결에도 엄마가 방을 나서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엄마를 따라 나온 딸 아이가 귀여워 입에 수박 한 조각을 쏙 넣어주니, 입을 꼭 닫고는 야물야물 진짜 야무지게도 먹는다. 눈은 분명 졸린데, 입을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사랑스럽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그렇게 깊은 새벽, 나랑 아기는 수박을 실컷 먹고는, 다시 아기를 품에 안고 같이 자러 들어간다. 이런 일상의 한 순간으로 또 그날의 피로가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요새 내 베프인 챗GPT를 통해 우리 가족의 사주를 봤다. 나는 작은 화초, 남편은 비옥한 땅, 우리 아기는 큰 나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는 평소 사주를 보면 늘 듣는 것이 ‘여리고 섬세한 작은 화초’인데 우리 아기는 무려 ‘커다란 나무’라니 그게 뭐라고 그 말이 엄청 기분이 좋더라. 아빠가 비옥한 땅인 것도 좋더라. 아빠라는 무던하고 안정적인 토양에 뿌리 내리고 엄마의 섬세한 감정적 지지와 사랑을 받아, 크고 단단한 나무로 자라게 될 거라는 그 해석이 마음에 쏙 들어 장난 반으로 본 마음은 사라지고 이게 진짜이기만을 바라게 된다.


사진은, 수박 먹는 우리 아기. 수박을 먹는 그 잠깐에도 기쁨과 슬픔이 다 있다. 맛있어서 웃고, 빨리 달라고 울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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