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기억할 시간

추억이 다르게 적히지 않았으면

by lovelyjio


잘 때 손으로 아기의 발을 꼭 쥐고 잘 때가 많은데

쥐면 한 손 안에 쏙 들어오던 아기의 발이, 어느새 손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져있다. 아기의 발은 조금씩 크고 있었을 테지만, 어떤 경계를 넘어서니 어느새 이렇게나 훌쩍 컸다는 생각에 순간 놀랍다. 게다가 아기의 발 뒤꿈치는 원래 보드랍기가 말도 못했는데, 걷기를 시작한 뒤로는 조금씩 굳은살이 생겨나더니 오늘은 새삼 더욱 딱딱해져 제법 어른 발 같은 단단함이 자리잡아 있었던 것이다. 맞다 그렇지. 아이는 금방 큰다던데...! 그 말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이 순간 확 체감이 된다. 지금의 이런 아기아기한 모습도 지나고 보면 찰나여서 어느새 아기는 자라 어린이가 되고 또 금방 학생이 될 거라는 생각에 아직 가져보지도 않은 그리움에 순간 사무쳐버렸다. 지금의 모습이 나중에 얼마나 얼마나 그리울까. 어쨌든 지금의, 아기여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귀여움은 시간이 갈수록 옅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를 바라보니 제법 몸이 길쭉하다. 언제 이렇게 커졌지? 조바심이 난다.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기를.


아이는 언제부터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게 될까?

세 살? 네 살? 아이의 급성장에 그 또한 문득 궁금해졌다. 아직까지의 아기 시절은 부모인 우리만 기억할 테니 훗날 아이에게 이랬다 저랬다 들려주겠지만, 아이가 시간을 추억할 수 있게 되는 한 그때부터는 마치 노래 ‘바람이 분다’의 가사처럼 추억은 다르게 적힐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사실 그 점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그 과정 중에 내가 혹여나 내 진심과는 다르게 아이에게 상처주는 장면들이 아이의 기억에 남게 될까봐. 설령 아이가 잘못해 엄마인 내가 혼이든 화든 내더라도 아이의 기억 속에서는 자신의 별것 아니었던 그 실수보다는 엄마의 혼내고 화내는 장면이 더 강렬하고 진하게 남을까봐. 그런 것들을 내가 좀더 주의해야 할 것이다. 혼을 내거나 아님 화를 내더라도 그게 상처까지는 되지 않게 어떤 순간에도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느껴질 수 있게 잘 내고 싶다. 그때부턴 정말 더욱 더 실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지금의 내 마음은 정말 진짜 진짜인데, 나와 내 엄마가 평생 그랬듯, 오직 내 역량 부족의 문제로 겪는 시행착오로 인해 훗날 아이가 내 사랑을 축소하거나 오해해 받아들일 일만큼은 절대로 없었으면 하는 마음.


엄마도 나를 많이 사랑했겠구나.

그걸 내가 이제서야 자식 키우며 깨달아가는 중인데, 우리 아기는 그걸 단 한 순간도 모르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다.


이전 10화마의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