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도망가고 싶다

by lovelyjio


사람다운 삶은 언제부터 살 수 있을까.

나는 그게 궁금하다. 너무 답답하다.

나는 내 몸과 정신을 육아에 갈아 넣고 있는데

평소 최선을 다하는 건 표가 하나도 안 나는데

잠깐 하루 내 마음이 지쳐 놓아버리는 날, 눈감는 순간에는 바로 표가 날 사고가 일어나버린다.


그런데 이건 모두 내 탓이다.

아이가 친 사고여도 아이의 탓일 수가 없으니 보호자인 내 탓이고, 회사에 있는 남편 탓일 리가 없으니 아이의 옆에 있는 내 탓이다.

남편이 부럽다.


나는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거나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다해 일상을 살아가는 중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딴 건 그냥 나 혼자만의 오르락 내리락일 뿐.

그냥 늘 한결같이 괜찮기만 하면 좋을 텐데.

아님 그냥 늘 중간이기라도 하다면.

육아도 대충 사는 것도 대충 중간으로 일정한 게 적어도 지금처럼 양 끝을 오가는 것보다는 나을 지도

어차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내 성격, 그러다 한번에 다 지쳐버리는 것도 내 성격이다.


남편의 일은 돈으로 연봉으로 그가 하는 일의 노고가 값으로 매겨지는데

나는 그냥 이러나 저러나 말뿐인 자기 위로, 말뿐인 격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생산적인 뭐라도 하나 하고 싶어 이거 저거를 알아보지만 그걸 알아보던 순간에 또 작은 사고가 나버렸다.

그냥 손발 다 묶여 아이만 바라보는 멍청이로 사는 게 답인 걸 아는데. 그게 왜 그렿게 지치는지.

이젠 남편도 내 마음을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그게 그렇게 힘든가?

자기 아이랑 같이 있는 건데 돈도 안 벌고 직장 스트레스도 없이 집에 있는 게 그렇게까지 힘들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아이를 낳는다는 건

그리고 그 아이를 돌보는 그 몇 년은 정말

한 사람이 없어지는 일이다.

내 존재를 지우는 일. 나를 죽이는 일. 그래야 하는 일.

마음 다잡고 며칠은 꽤 좋은 엄마처럼 유능한 엄마처럼 하다가도 가면이 벗겨지는 날이 꼭 오고 마는 일.

아이가 예쁘지만 도망가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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