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기의 먹을 걸 챙겨준다.
남편이 출근 전에 아기에게 이미 우유를 주고 간 뒤라 여기에 더해 삶은 계란 1개랑 치즈 1장을 더 먹인다. 남편은 출근 전에 항상 계란을 삶아놓고 간다. 아침은 그렇게 가볍게 먹인다. 아기는 아침에 뽀로로를 보고 나는 오늘 하루 할 일들을 적어본다.
아빠가 출근할 때 같이 깨서 6시 반부터 일어나있던 아기는 오전 10시쯤 낮잠을 한 번 잔다. 아기가 낮잠을 자면 나는 되도록 아무것도 안 하고 숨죽이고 있는다.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아야 조금이라도 더 자니까. 그래서 옆에 같이 누워서는 인터넷 눈팅도 하고 주식창도 들여다보고 브런치도 읽고 그런다.
1시간 즈음 자고 나면 아기가 일어난다. 그럼 점심 준비를 한다. 어제는 볶음밥을 만들었다. 소고기 300g, 양파 1개, 파프리카 1개, 당근 1/3개, 감자 1개, 버섯, 멸치 가루를 넣고 만들었다. 무염식을 하면 아기도 잘 안 먹어서 그냥 간을 한다. 소금도 조금 넣고 어제는 굴소스도 조금 넣었더니 내 입맛에도 그럭저럭 맛있었다. 밥은 잡곡을 흰 쌀과 거의 반 분량으로 넣고 병아리콩도 넣어 만든 밥. 이렇게 한 번 만들어두면 3일은 먹인다. 아기에게 뽀로로를 틀어주고 한 끼 정도 나도 밥을 챙겨 먹는다. 아기에게 점심밥을 먹이고 나면 청소를 한다. 그리고 놀이터에 나가 조금 논다.
놀이터에서 돌아오면 또 우유를 먹이는데, 이번엔 우유에 귀리 가루를 한 스푼 가득 넣어서 준다. 이거 먹으면서 또 낮잠2 자는 거야!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아기는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주면 드물게 수월한 날이 되겠지만, 보통은 안 자고, 오후 내내 내 몸의 일부가 되어있다.
대충 오후를 흘려보내고 4시나 5시쯤, 또 한 차례 놀이터에 간다. 1시간 즈음 또 논다. 이 시간대는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엄마들과 아기들이 합류할 시간대여서 날씨만 허락하면 놀이터에 꼭 나가곤 한다. 마주치는 엄마랑 나도 소소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고, 다른 아이랑 내 아이도 마주치며 사회성이 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물론 3세 정도까지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도 내 아기는 나이 치고 또래도, 언니오빠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어서, 먼저 낯선 아이에게 다가가 옹알옹알대기도 하고 쓰다듬으며 아이 예쁘다도 해주고 언니오빠들의 놀이에 자기도 꼭 껴서는 따라다니곤 한다. 어제는 6살 언니오빠들에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내 아기만 가면 자리를 옮겨버리는 것, 하지만 내 아기는 아직 너무 아기라 눈치채지 못하고 혼자 뽈뽈거리며 잘 따라다녀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거리를 좀 두고 지켜 보고만 있자 한 아이가 때리는 시늉까지 하기에, 슬 다가가 나이를 물어보며 친근하게 말을 거니 그때부터 내 아이에게 조금 친절해진다. 몇 살이야? 우우와, 6살이야? 완전 언니잖아? 얘는 언니를 좋아해. 이런 말들에도 뿌듯해하며 그때부턴 더 언니 노릇을 하는, 그 아이도 완전 어린이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또 간식을 먹인다. 주로 두부랑 밤호박을 준다. 저녁 7시, 시계가 아빠 퇴근 시간 즈음을 가리키면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설레기 시작한다. 아이랑 산책 겸 남편을 마중 나간다.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랑 놀아주는 동안 남편 밥을 챙기고, 아기도 저녁밥을 먹인다. 저녁 9시쯤이 되면 아이를 재우러 함께 들어간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그때부터 드디어 육퇴다. 남편이랑 같이 넷플릭스를 보고 맥주도 마시고 가끔은 남편이 만들어주는 야식도 먹는다.
별거 없는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