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거냐, 지울 수 없습니다

by 강두구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D 때문에 우울증 극복에 좋단다.”

아버지는 나를 집 뒷산에 데려가 일광욕을 시켜주었다. 저 말 이외엔 아무 말씀이 없었다. 난 눈을 감고 태양 쪽으로 고개를 든다. 따뜻하지 않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아버지는 나를 동네 오락실로 데려가 주셨다. 주위 또래 중엔 아무도 어른과 같이 온 애들은 없었다. 내가 게임하는 모습을 또 다른 내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겨울이 되고 무심천이 얼었다. 아버지는 날 위해 썰매를 만들어 주었다. 난 얼음 썰매를 태어나 처음으로 타보았고 웃었다. 그러자 누나가 내 얼굴을 보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A가 웃기 시작해요!”

난 그 말을 듣고 웃음기가 싹 가셨다. 무표정한 얼굴로 날카로운 쇠꼬챙이를 얼음에 힘겹게 꽂는 내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졌었다.

봄이 되자 아버지는 날 위해 새총을 만들어 주었다. 난 그것을 처음 보는 차 유리에 새총을 쏴 쇠구슬을 박았다. 그날 밤 나는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했다. 다음 날 화가 난 나는 차 주인 머리에 새총질을 했다. 웬일인지 그 일 이후에 나는 매질을 당하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여름에 나는 산에서 아기참새를 주워왔다. 지렁이를 잡아다 줘도 도무지 먹지 않았다. 우린 2층에 살고 있었고 나는 베란다 난간에 참새를 세웠다. 날지 않았다. 난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며시 아기의 등을 밀었다.

낙하.

나는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유유히 계단을 내려와 아기를 보았다. 눈을 감고 있었다. 다음 날 어머니는 13개월 정도 된 여동생을 2층 베란다 난간 그 자리에서 그네 놀이를 해줬다. 그 모습을 본 누나는 웬일인지 괴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아기참새를 위해 작은 무덤을 만들어 주었고 나를 크게 혼냈었다.

몇 주 뒤 그 무덤으로 가보니 가느다란 날개뼈에 개미들이 뒤엉켜 춤추고 있었다. 어렸던 나는 박수를 치며 감탄하고 말았다.

가을에 그는 군대에서 이가 부셔진 나를 위해 오른쪽 어금니에 금을 박아주었다. 군대 휴가 중에 받은 제일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대학 시절 나는 그가 준 용돈으로 양팔에 기다란 타투를 했다.

아버지가 묻는다.

“지워지는 거냐?”

내가 대답한다.

“지울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아버지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2020년 여름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를 붙잡고 산에 올라갔다.

난 아버지를 눕히고 그 옆에 누웠다.

“아버지, 햇빛은 우울증에 좋아요.”

“안다.”

오락실, 얼음 썰매, 새총, 아기무덤, 금이빨, 문신 그리고 우리만의 일광욕.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그 흔하고 진부한 카네이션조차 만들어 준 적이 없었다.

난 눈을 감고 태양 쪽으로 고개를 든다.

소리 없는 울음을 터트린다.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 햇빛이 우울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일 또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