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본다. 모두가 일행이 있다. 그들은 곧 불꽃놀이가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텅 빈 검은 하늘에 머물러 있다. 혼자 온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점심시간 회사 앞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행인들 틈에 섞여 있는 그녀를 보았다. 나처럼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여기 있는 걸 모르는 눈치다. 우린 왜 헤어졌을까. 초록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일제히 건넌다. 그 안에 섞여 그녀도 건너간다. 난 건너지 않았다. 난 다시 회사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평소 같으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텐데 불꽃놀이 따위의 거대한 낭만 덩어리가 크리스마스보다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면 남녀가 우연히 불꽃놀이를 발견하고 서로 손잡은 채 가까운 옥상으로 사이좋게 달려가던데 난 달릴 필요도 우연한 이벤트도 필요 없다. 거의 매일 아침 조깅을 하지만 그건 강박에 가까운 자기 관리일 뿐이다. 충동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건 꽤 대단하고 소중한 일처럼 느껴진다. 이런저런 잡념에 외로움이 섞여 있다. 스쳐 지나가 듯, 아무리 작은 외로움이라도 그건 헤아릴 수 없이 깊은 감정이다.
갑자기 주변이 노란빛으로 가득 메워진다.
통상적으로 소리는 1초에 343m를 간다.
빛은 1초에 299,792,458m를 간다.
샛노란 불꽃이 한강을 온통 환하게 밝혀준다. 주변 사람들의 감탄이 들린다. 그리고 불꽃이 터지는 ‘펑’ 소리가 들린다.
“우와!”
“펑.”
“우와!”
“펑.”
이런 원리와 같이 때로는 우연히 마주쳐도 심지어 그녀의 목소리도 듣기 전에 모든 감정이 터질 듯 빛나는 것이다. 다시 회사로 도망치듯 돌아가며 횡단보도로 고개를 돌렸던 내가 기억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군중 사이로 전 여자친구의 샛노란 블라우스가 얼핏 보였다.
갑자기 주변이 무언가로 가득 메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