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날땐 목적 없이 ...
근래 나는 이전엔 가지 않던 곳을 자주 가고 있어. 물론 일 때문에 가는 경우가 많지만...
삼척, 동해, 정동진, 가로림만, 서산, 태안, 포항, 호미반도, 부산 ...
전라도는 안 가본지 꽤 되었지만 그 외엔 무척 자주 가는 것 같아.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조금 여유롭고 한적한 시골과 낯선 어지러움이 공존하는 기분...
근데 내가 전국을 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있어.
그건 바로 내가 잘 곳을 어디로 할 것인가 하는거야.
" 아무데서나 자면 되는거 아냐? 여자들은 깨끗한 신축호텔을 원해. 남자는 어차피 술 마시고 잘거라 상관없어. "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호텔에서 머무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멍도 때리고 글도 쓰고, 영화도 보고 그러는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워. 물론 혼자서 말이지. "혼자서 노는게 뭐가 그렇게 재밌어? 심심하잖아!"
아니 오히려 나는 그 순간이 서울에서 경험하기 힘든 순간이고 즐거움이라고 생각해.
예전에 여행을 갈 때면 목적 없이 여행을 갈 때가 많았어.
" 목적 없이? 쉴려고, 새로운 걸 보려고 가는거 아냐?"
물론 그렇지. 하지만 난 여행을 떠날때면 여러곳을 다니지 않아. 그냥 도시 고르면 그 도시에 호텔 하나 잡고 그냥 동네 주민처럼 지내다 오는거야.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르는 곳에서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피곤할 땐 호텔에서 그냥 무료함을 즐기는 거지. 그 비싼 항공티켓과 호텔값을 치르고 고작 그거 뿐이라고 날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순간들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 같거든. 왜냐고?
사람은 열심히 일할때가 아니라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할때 성장하는 거거든. 쉬는 동안 머리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중요한 것을 기억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지우는 작업을 해. 만약 사람이 혼자만의 쉼이 없다면 머리도 정리할 시간이 없게 되거든. 그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아까워서 쉬는 동안에도 뭔가 열심히 하는걸 보면,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어디 여행 가기 힘든 시기엔 더더욱 호텔이 내게 중요한 공간이야. 사실 혼자 떠나는 여행지에서 좋은 호텔은 내게 무척 좋은 일터가 되기도 해. 회사에서 일할때보다 더 일이 잘 돼. 이상하게 들리지?
오늘 떠나온 곳은 포항이야. 호미반도에 해양정원을 만드는 데 착수보고가 내일 있어. 무척 중요하지. 시장님까지 와서 듣는 자리이니깐. 근데 나는 전날 내려와서 호텔에서 이렇게 글 쓰는 시간이 무척 즐겁고 좋은 카타르시스를 얻게 해줘. 지난 몇일동안 제안서 쓴다고 머리가 쉬지 못했거든. 이러다보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 주변의 호텔이나 지나가는 사람들도 재밌어. 이런 곳에 누군가 내 옆에서 뭔가 하고 있다면 무척 성가실거야. 아마도....
코로나가 끝나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어딘지는 딱히 정하진 못했는데 뭔가 정말 나를 쉬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호텔이 있는 곳, 그런 곳을 찾아서 꼭 가보고 싶어.
* 사람의 머리는 쉴 때 열심히 일하는 동안 저장해 둔 정보와 기억을 정리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기억할 것만 기억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얻기 힘들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쉬는 방법을 보상으로 주어야 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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