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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Sep 21. 2018

국가혁신과 기업혁신

[4IR-2.2] 기업혁신과 융합-2

기업혁신에 대한 본격적 논의에 앞서서 이 글에서는 그것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치고 영향을 받는 요인들을 국가혁신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혁신은 국가혁신의 한 부분이기에 내부요인은 물론, 외부요인(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법/제도)의 유효성 여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가혁신시스템의 의미

   국가혁신은 한 국가의 혁신 주체인 기업, 정부, 대학/연구소 등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활동을 가리킨다. 국가혁신시스템(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은 미국, EU 등에서 1980년대 말쯤 연구가 시작된 이론 체계(또는 구현 결과)로서 국가혁신의 과정(process)과 결과(outcome)를 시스템 이론으로 설명한다. 영국 경제학자인 크리스토퍼 프리만(Christopher Freeman)(1987)은 NIS를 ‘신기술의 착수, 도입, 개조, 확산 등 활동을 수행하고 타 조직과 상호작용하는 정부 및 민간 조직의 네트워크’라고 하였다(출처: OECD, National Innovation System, 1997). Smith(1995)는 “한 국가가 이룩한 혁신의 성과는 ‘공식 조직(예: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각각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그들이 ‘집단적 지식 창조-사용 시스템의 구성요소로서 얼마나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했는가’, 또 ‘사회적 인프라(예: 가치관, 규범, 법/제도 등)와 어떻게 공생했는가에 달려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NIS는 국가혁신에서 각 주체별 노력보다는 주체 간의 기술/정보 흐름에 주목한다. 혁신에 대한 전통적 이론들은 혁신을 투입요소(예: R&D 비용, 연구원의 수)를 산출물(예: 논문, 특허)로 변환시키는 과정으로, 또는 혁신을 R&D로부터 상업화(commercialization)로 이어지는 선형적(linear) 흐름으로 보았다. (참고로, EU에서는 R&D&I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때 I는 Innovation 즉, 상업화에 초점을 둔 혁신을 가리킴.) 반면, NIS는 국가혁신을 대학/연구소, 대/중소/벤처 기업, 정부, 투자/지원기관 등 여러 액터(actor)의 활동과 액터 간의 역동적(dynamic)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접근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기업혁신은 NIS의 핵심 영역으로서 기업의 역량 및 노력과 외부 개체(예: 대학/연구소, 정부, 사회, 소비자, 협력업체 등)와의 상호작용 수준에 따라 그 성과가 달라진다.      


국가혁신시스템의 구성요소

   스웨덴 학자인 차알스 에드퀴스트(Charles Edquist)(2005)는 ‘혁신시스템은 혁신의 개발(development), 확산(diffusion), 사용(use)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조직적, 제도적, 그리고 기타 요인들로 구성된다’고 하였다(Warnke et al., 2016). 아래 <그림>은 Kuhlmann & Arnold(2001)가 제시한 NIS의 개념적 프레임워크로서 산업 조직, 교육/연구 조직, 정부 조직, 인프라, 중개자, 수요자, 촉진요소 등 구성요소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보이고 있다. NIS의 각 하부체계는 아래와 같은 세부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o 산업 조직(Industrial System): 대기업, (기존) 중소기업, (기술기반) 신생기업

 o 교육/연구 조직(Education & Research System): 대학, 전문교육기관, 공공연구소

 o 정치 조직(Political System): 정부, 거버넌스(즉, 리더십, 제도, 조직구조), R&D 정책

 o 촉진요인(Framework Conditions): 재정지원, 세금감면 및 인센티브, 혁신 및 기업가정신, 이동성(mobility, 예를 들면 기업/산업간 또는 대학-연구소간 전직) 등

 o 인프라(Infrastructure): 금융/투자, 지식재산권과 정보, 혁신/사업화 지원, 표준/지침 등

 o 중개자(Intermediaries): 수요-공급의 균형 유지를 담당하는 연구기관, 중개조직 등          

     

<그림 2-1> 국가혁신의 개념적 프레임워크 (출처: Kuhlmann & Arnold, 2001)


NIS 관점의 기업혁신

   <그림 2-1>에는 NIS 구성요소 간의 직/간접 상호작용이 추상적으로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기업혁신은 소비자나 고객/파트너의 수요(demand)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며, 국가/사회 차원의 인프라를 활용한다. 기업혁신은 대/중견/중소 기업, 벤처/스타트업 등이 교육/연구기관과 함께 또는 중개기관을 통해 진행된다. 또한, 기업혁신은 정부 정책과 직/간접 지원, 혁신을 촉진(또는 억제)하는 법/제도, 사회/문화 요인 등의 영향을 받는다.


  위와 같은 국가혁신에 대한 개념적 프레임워크에 입각해서 아래와 같은 가설의 도출과 해석이 가능하다.

 o ‘소비자/고객 요구가 클수록 기업혁신에 대한 추동력이 커진다.’ 소비자/고객은 기업혁신 결과물(예: 제품/서비스)의 수요자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공동창조하는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o ‘기업과 대학/연구기관 간 직접 협력(즉, 산학연협력)이 활발할수록 기업혁신의 성과가 높아진다.’ ‘산학연협력’에는 인재 채용/대학생의 현장 실습, 연구원의 강의 참여, 전문 인력/시설/장비 등 교환 또는 공동 활용, R&D 공동 수행, 교육훈련, 지식/정보 공유, 사업화/상업화 참여 등이 포함된다.  

 o ‘대학/연구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중개자가 존재하고 제 역할을 수행할 때 기업혁신 성과가 높아진다.’ R&D&I 대상 기술의 수준은 기술준비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TRL 1~2는 대학 중심의 기초연구, TRL 3~4는 연구기관 중심의 응용연구, TRL 5~6은 기업 중심의 개발연구라는, TRL 7~9는 사업화/상업화 대상 기술이 된다. 국내 대학에 설치된 기술이전전담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 정부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센터, 지역별 테크노파크 등이 중개자에 해당된다. 미국 국방부의 DARPA, 핀란드의 Tekes는 국가 차원에서 R&D&I 단계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o ‘기업혁신은 국가 차원에서 금융/투자, 지식재산권/정보, 혁신/기업활동 지원, 표준/기준 등이 고도화될 때 성과가 높아진다.’ 국내에도 공공기관이나 민간의 투자펀드, 특허지원센터, 지역별/산업별 협회/지원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다.

 o ‘정부의 R&D 정책이 효과적이고 관련 법/제도/절차가 효율적일 때 기업혁신 성과가 커진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24%로 이스라엘 다음인 세계 2위, 투자금액은 69조원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다음인 세계 5위에 이르고 있다(2016년 기준). 그러나, SCI 논문의 피인용도, 특허의 생산성이나 활용성, 기술무역수지 같은 성과 지표는 낮게 나타나고 있다. 국가 R&D의 1/4인 정부 R&D는 물론, 3/4에 달하는 민간 R&D 전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ICT 및 교통/수송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서 전 세계가 하나의 세상으로 작동되고 있는 융합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혁신은 국가 차원, 나아가 글로벌 관점에서 설계, 구현해야 한다. 또한, NIS가 강조하듯 기업, 정부, 대학, 연구기관 등이 각각 수행하는 혁신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들 간의 상호작용 즉, 기술/정보의 흐름 또는 인재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오랜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정적(static) 가치사슬이 아니라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재편성되는 역동적 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의 생성과 진화를 주도해야 한다. 공급자 시각에서 칸막이를 쳐 온 종래의 '산업' 중심 사고방식과 행태는 수요자 시각에서 경계를 넘어서는 ‘시장’ 중심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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