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개요
기업혁신, 국가혁신, 사회혁신
혁신(innovation)은 통상 새로운 가치 또는 종래의 OOO와는 다른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혁신은 결과(output 또는 outcome)를 가리킬 수도 있고 과정(process)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처럼 혁신은 상당히 추상적 용어이어서 이해관계자들이 소통하고 협업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혁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범위 설정과 문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오슬로 매뉴얼(2018)은 혁신을 ‘새롭거나 개선된 제품 또는 공정을 만들어 내는 활동 또는 결과’로 정의하고 있다.
혁신은 범위에 따라서는 기업혁신, 사회혁신, 국가혁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혁신은 1940년대에 조지프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를 시작으로 경영/경제 영역의 연구, 실행 주제가 되어 왔다. 기업혁신은 기업활동에 대한 새로운 방식 즉, 새로운 자원을 만들거나 기존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국가혁신은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 등으로 확산한 개념으로 정부, 기업, 대학, 소비자, 지원기관 등이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사회혁신은 1990년대 후반 영국 사회운동가인 마이클 영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하, 이 글에서 혁신은 기업혁신을 가리킨다. 다만, 여기에서 ‘기업’은 사기업, 공기업을 막론하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원(resource)과 기량(skill)을 모으고 활동하는 조직을 가리킨다.
기업과 기업혁신에 대한 새로운 기대
과거의 기업은 오너(owner)나 주주의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이 주된 설립/운영 목적이었다. 오늘날 기업은 지역, 국가, 나아가 인류 등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정부나 시민과) 분담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4의 물결(The 4th Wave)>(1993)의 저자인 메이나드와 메르텐스(H. B. Maynard & S. E. Mehrtens)는 미래 기업은 ‘인류를 위한 수호자(steward)’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가/인류를 위한 혁신생태계에서 중개자 내지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위상 자체가 혁신생태계 내에서 중간자인데다가 과거와 달리 기업이 보유한 물적/지적 역량이 정부나 대학보다 더 커진 것에 기인한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대학/연구소 등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오늘날 일부 선도기업은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필요한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런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나 스페이스X는 CEO의 독특한 세계관에 따라 미래 인류를 위한 기술 및 제품/서비스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왔다. 엉뚱한 언행으로 인해 부정적 평가를 받을 때도 있지만, 머스크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3년에 테슬라를 설립해서 결국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산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였다. 테슬라는 15년간 적자 상태이다가 2019년 이후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자동차 회사 중에서 1위의 기업가치를 확보하였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은 것이다. 머스크는 또한, 인류가 지구를 탈출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될 것에 대비해서 2002년에 스페이스X를 설립했고 2006년에는 NASA의 우주 사업을 지원하는 민간 파트너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제 혁신생태계 내에서 기업이 중개자, 나아가 조정자 역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잘 수행하는가에 따라 사회와 국가 차원의 혁신 수준이 달라지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신기술이 산업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이어서 개인/공동체를 포함한 사회 변화가 일어나는 식으로 단방향의 더딘 혁신이 진행되었다. 지금은 기술-경제-사회 3자가 양방향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우 빠르게 혁신을 진행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기술과 사회의 중간에 있는 기업의 역할과 혁신역량에 따라 국가나 인류의 발전 속도와 수준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긍정적 변혁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기업이 그와 같은 역할을 인식해서 혁신역량을 키우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 기업활동의 전방에 있는 사용자/소비자와 후방의 연구/기술자, 그리고 혁신생태계의 조성과 운영을 지원하는 정부/공공기관, 지원기관 등은 기업혁신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토양과 비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전방위(360도) 기업혁신이란?
‘전방위(全方位)’라고 한 것은 모든 방향 즉, 중심에서 볼 때 360도 전체를 말한다. 기업은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유용한 재화를 생산-판매함으로써 유지되고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그와 같은 기업이 수행해야 할 혁신은 당연히 모든 영역의 모든 활동이 대상이다. 그러나, ‘모든 활동’은 개념적으로는 설정 가능한 목표지만,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처럼 기업환경의 VUCA(Vulnerability 변동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 모호성)가 높은 시기일 때는 혁신 대상을 탐색하고 자원을 투입, 배분하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큰 의사결정인 것이다. VUCA는 사실은 오늘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존재할 제약조건일 뿐이다. 과거 범선의 선장은 그와 같은 여건 속에서도 북극성과 나침반, 지도에 의존해서 목적지에 이르는 항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경영자도 북극성처럼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명제와 지도에 해당하는 올바른 전략이 있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방위(360도) 기업혁신은 ‘기업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들을 탐색(探索)하고 그중에서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발굴(發掘)해서 집중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는 전략적(strategic) 혁신’으로 정의한다. ‘전략적’이란 전사 차원에서 투자 대상을 선택, 집중하는 것을 가리킨다. 광범위한 영역을 ‘탐색(exploration)’하는 작업, 집중할 과제를 ‘발굴(exploitaion)’하는 작업은 모두 효율적, 효과적 방법론과 도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추후, ‘전방위 기업혁신 프레임워크’라고 명명한 모형과 도구를 소개할 것이다.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왜(why)?
첫째, (과거와 달리) 혁신 기회는 도처(到處)에 널려 있다. 제품/서비스, 생산공정, 업무 프로세스, 물적/지적/인적/금전적 자산, 조직구조, 조직문화, 비즈니스 모델 등 혁신 대상(‘what to innovate’)이 늘어났다. 한편, 종래의 공학/자연과학 분야 신기술, 여러 가지 융합(convergence) 지식/기술, 디지털 기술 등 효과적/효율적 혁신 수단(‘how to innovate’)도 늘어났다.
둘째, 다양한 기업혁신 방법론/도구가 등장하였다. 과거 혁신은 자연과학/공학 지식에 기반한 기술혁신 위주였지만, 오늘날 ICT를 포함한 비(非)기술혁신의 가치가 더 크고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업혁신은 제품혁신, 공정혁신뿐만 아니라 조직혁신, 마케팅혁신 등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ICT/디지털 기술과 사회과학/인문학 등에 기반한 e-비즈니스, 서비스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usiness Model Innovation), 디지털 전환(DX) 등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2000년대 초, 미국과 EU는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인지과학 중심의 ‘NBIC 융합기술’에 집중 투자하였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을 포함한 융합제품과 서비스가 등장, 확산하였고 이어 스마트 홈/빌딩/시티, 디지털 의료, 자율주행차 등 융합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1월 다보스에서 제기한 ‘제4차 산업혁명(4IR)’의 본질은 ‘융합혁명’(Convergence Revolution)이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이룩한 기업은 대부분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에 성공한 기업이다. ‘전방위’는 바로 ‘경계없는 융합’을 가리킨다.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무엇을(what)?
전방위 기업혁신은 개념적으로는 ‘모든 기업활동’이 대상이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전방위 기업혁신은 ‘4W1H 모형’이라는 개념적 모형에 입각해서 아래 5가지 영역의 혁신활동에 중점을 둔다. 추후 다시 설명할 ‘4W1H 모형’은 필자가 2012년에 처음 제안한 것으로 기업활동을 고객가치(Why), 가치제안(What), 생산운영(How), 공급역량(Who), 시장유통(Whom) 등 5개 영역으로 나눈 것이다.
o 가치혁신: 주주/오너, 소비자/파트너/직원/사회/인류 등 이해관계자가치
o 상품혁신: 제품/서비스, 디자인/브랜드, (고객)경험, 오퍼링, 통합 솔루션, 사업(모델)
o 운영혁신: 생산방식, 거버넌스(리더십, 조직구조/문화, 프로세스), 운영원리, 기업통합
o 역량혁신: 물적/지적/인적/금전적 자원(resource)과 기량(skill), 사업화 역량
o 유통혁신: 목표 시장/고객, 마케팅/광고/판매 채널, 판매/영업/AS 활동, 고객관리 및 지원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어떻게(how)?
첫째, 일관성 있는 핵심가치와 유연한 전략을 준비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VUCA에 대응하기 위해 북극성처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치명제와 운영원리, 그리고 지도와 나침반에 해당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효과적 실행 방법론을 확보한다.
둘째, 혁신 기회는 전방위로 탐색하고 발굴한 혁신과제에 집중 투자한다. 탐색은 발산과정이며, 발굴은 수렴과정이다.
셋째, 작은 시행착오(trial-and-error)를 거쳐 큰 성공에 도달하는 혁신시스템을 구축, 운영한다. 이는 애자일(agile) 방법론에 따라 최소기능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생산, 납품한 후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는 식의 프로세스를 내재화(內在化)하는 것을 가리킨다.
넷째, 이해관계자와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구심력과 원심력을 확대한다. 구심력(求心力)은 여러 가지 혁신활동을 중핵(core)으로 모으는 힘을, 원심력(遠心力)은 혁신 성과를 외부로 확산하는 힘을 가리킨다. (전방위) 혁신은 홀로 이룩할 수 없기에 반드시 핵심역량을 서로 보강할 파트너를 확보, 유지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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