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유통혁신-05
(M5) ‘생산-소비 수렴’ 전략
M5는 제품 수명주기가 단축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 구분도 모호해지는 환경에서 기업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성과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생산-소비 수렴(convergence)’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소비자의 생산 참여, 온디맨드(on-demand) 생산-판매, 소비자와 생산자의 공동창조(co-creation)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거래’는 1990년대에 e-비즈니스가 발전하면서 유통망에서 중간상(예: 도매상, 소매상)이 배제되면서 등장하였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오프라인 기반이 없는 가운데 순수 온라인 소매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의 직거래로 D2C(Direct-to-Consumer)를 시작하였다. 과거 중간상이 제공하던 효용을 인터넷과 SW, 빅데이터와 AI 등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온디맨드 생산-판매’는 생산자가 소비자의 요구나 주문에 대해 즉시 또는 최단 시간 내에 상품을 생산해서 납품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자-소비자 공동창조’는 생산자 또는 소비자라는 역할 구분이 사라진 가운데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식, 경험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우수하고 활용성도 높은 제품/서비스,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 이전의 자급자족 경제와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앨빈 토플러가 예견했던 프로슈머(Producer+Consumer) 시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배경에서 M5. ‘생산-소비 수렴’ 전략은 m51.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m52. 소비자의 생산-판매 참여, m53. 온디맨드 생산-판매, m54. 생산자-소비자 공동창조 등의 전술로 구분한다.
(m51)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전술
m51은 전통적 유통방식과는 달리 생산자(또는 판매자)가 도매상이나 소매상 같은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직접 주문받아서 생산한 후 직접 납품하는 것이다. 직거래를 위한 적절한 준비와 실행이 전제된다면,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는 다음과 같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중간상에 지불하는 중간 마진(예: 앱스토어 수수료 30%, 백화점/온라인 쇼핑몰 중개수수료 30% 이상)이 없어지므로 생산자의 이윤이 늘어나고 소비자의 구매가격이 낮아진다. 둘째, 생산자는 유통채널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소비자 반응을 조기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생산자로부터 더 정확하고 체계적인 정보나 서비스를 얻게 된다. 셋째,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나 기호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어 더 잘 팔리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좀 더 편리하고 이득이 많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생산자-소비자 직거래가 그와 같은 성과를 거두려면 생산자는 중간상/중개자(예: 플랫폼)가 제공하는 편익과 같거나 더 큰 이득을 자신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중간상/중개자는 무익한 존재가 아니라 다종, 다수 제품을 집적하고 구매자-판매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확보해서 참여자들에게 시간/공간 측면의 효용과 규모/범위의 경제를 제공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 인재, 설비 등에 대한 투자와 독특한 BM으로 중간상이 제공했던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였다.
생산자-소비자 직거래가 확대된 이유로 지난 20~30여 년 동안 온라인 거래에 필요한 기술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쉬워졌고,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나 부담이 줄어든 점을 꼽을 수 있다. 과거 TV 홈쇼핑이나 방문판매 채널을 이용한 거래는 점차 SNS나 방송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거래하는 라이브 커머스(Live-streaming Commerce)로 대체되고 있다. 탈중앙화와 중개자 배제를 추구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되고 스마트 계약의 법적 효력이 현실세계에서도 인정되면 비대면/온라인 거래에 대한 염려나 불신이 크게 완화되고 생산자-판매자간 직거래는 더욱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m51에 속하는 2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중간상 배제: 델(1996년~), 23andMe(DTC), 다이렉트 보험
• D2C BM: 올버즈, 캐스퍼, 달러쉐이브클럽, 어니스트; 나이키, 펩시코, 현대자동차
(m52) ‘소비자의 생산 참여’ 전술
m52는 혁신적 아이디어나 전문적인 지식/경험을 가진 소비자가 제품 수명주기 단계 활동 중 일부에 참여하거나 아예 소비자가 직접 생산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혁신을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라고 한다. 사용자 혁신이 등장, 발전하게 된 이유는 과거 특정 기업이나 집단의 전유물이던 전문지식이 인터넷 보급 이후 일반 대중도 접근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되었고 오픈소스 HW나 SW 공유가 확대되어 설계/제조 비용이 낮아졌으며 3D 프린팅 같은 제조 기술 및 인프라(예: 메이커 스페이스, 테크 숍)가 대중에게도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기대와 요구사항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해서 제품에 반영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고품질 제품을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제품개발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품의 기능/성능은 우수하더라도 소비자의 진정한 니즈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데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개발과정에 참여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더 큰 만족도와 충성도를 갖게 되어 자발적으로 바이럴(viral) 효과를 만든다.
소비자의 생산 참여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 특히 충성고객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을 개설하고 정기/수시 이벤트를 통해 지적 정보 교환과 정서적 교감을 유지하여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개발 아이디어나 요구사항을 (판매자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것을 C2M(Customer-to-Manufacturer)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C2M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생산자는 확인된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기에 자원 낭비나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m52에 속하는 4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소비자 커뮤니티: 포드(‘iVillage’), 할리데이비슨(‘HOG’)
• 소비자가 생산 제안(C2M): 타오바오, 판둬둬
• 소비자가 일부 생산: 빌드어베어, 옐프, 식신, 로컬모터스
• 사용자 혁신: 로렌조 오일, 글로시에, 소일렌트, 드렁크 엘리펀트
(m53) ‘온디맨드 생산-판매’ 전술
m53는 소비자가 주문한 요구사항을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납품하는 것이다. 생산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계획생산과 주문생산으로 나뉜다. 계획생산은 생산 완료된 제품은 중간상이나 소비자에게 판매되어 이전되기 전까지는 재고로 관리된다. 주문생산은 주문이 접수되면 비로소 생산공정을 셋업, 가동하기 때문에 재고는 발생하지 않지만, 기민한 조달-생산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형 제품을 온디맨드로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 시스템의 확장성과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CAD/CAM, PDM/PLM, MES 등이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힘입어서 생산-유통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간 소통 속도와 품질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보편화되면 진정한 의미의 ‘온디맨드 생산-판매’가 실현될 것이다. 무형인 서비스나 SW 제품, 디지털 콘텐츠 등은 상대적으로 쉽게 온디맨드 생산-판매를 실행할 수 있다.
m53에 속하는 2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온디맨드 판매: 23andMe, 쉬인, 스프레드셔츠, 우버
• 온디맨드 생산: 로컬모터스, 맥서스(차량 주문 접수 후 4주 내 납품)
(m54) ‘소비자와 공동창조’ 전술
m54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의 가치 창출을 목표로 제품 수명주기 활동 중 상당 부분을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역할분담’은 예를 들면, 생산자는 설계-제조와 시험을, 소비자는 컨셉 정의나 디자인을 맡는 것이다. ‘공동창조’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용자 혁신을 수용하는 것이다. 사용자 혁신은 사용자 자신이 사용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혁신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아픈 사람이 병을 고칠 약을 찾아내듯 ‘절실한 필요’가 혁신을 만든다.
공동창조(co-creation)는 프라할라드와 라마스와미 교수가 2000년 초 HBR에 기고한 글에 제시한 개념으로 소비자를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이용 경험 측면에서도 활용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의도대로 제품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기업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용도로 제품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공동창조’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직원이나 협력업체, 일반시민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협업하는 것을 포함한다. 공동창조는 2000년대 초 이후 등장한 개방형 혁신, 북유럽의 혁신센터(Innovation Center), 2004년 MIT 미디어랩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제안한 리빙랩, 2010년대 초에 일본이 정립한 지식센터(Wise Place) 등도 추구하는 목표이다.
공동창조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지식/경험을 공유하는 가운데 제품/솔루션의 아이디어 도출, 문제 정의, 솔루션 기획, 설계-개발-시험, 생산, 운영 등 전체 수명주기활동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공동창조를 통해 얻게 된 이득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산-소비가 수렴하면, 기업 내에서 생산 부문과 마케팅 부문도 연결, 통합되어야 한다. 기능 면에서 생산기획과 시장/상품 기획이 연결-통합되고 생산 및 유통의 계획-실행은 인간과 디지털 시스템이 협업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
m54에 속하는 3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공동 기획: 레고(‘Cuusoo 쿠우소오’, 사용자 그룹 지원)
• 공동 생산: 스레드리스(셔츠), 쿼키닷컴, 메이드닷컴(가구)
• 공동생산-활용: 위키피디아, 깃허브/깃랩(SW), 로블록스(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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