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91km 달렸어요
장롱면허였던 저는 사무실 개업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운전을 배웠습니다. 학원에서 노랑 차로 연습도 하고,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개인 선생님까지 고용하며 운전을 배웠습니다. 전 길을 잘 찾아서, 운전도 잘할 줄 알았어요(무슨 논리?). 그런데 어렵더라구요. 무엇보다 "차폭감"이 제로입니다. 어쨌든, 누구는 운전이 제일 쉽다고 하고, 아빠는 운전은 기능이야, 다 할 수 있는 거야,라고 하는데 나한텐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도 돈 들인 보람이 있는지 출퇴근은 자유자재?로 하는데, 초행길은 덜컥 겁이 납니다. 주차도 걱정되구요.
그러다가 비 예보가 있는 월요일, 동두천에 방문할 일이 생겼어요. 영업도 이 때다! 싶고, 운전 실력 업그레이드도 이 때다! 싶어서 차를 끌고 동두천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의도에서 동두천까지 63km. 넉넉잡고 한 시간 반 전에 출발했는데 고속도로에서 못 빠져나가서 두 시간 넘게 걸렸고, 네비를 보니 총 91km 달렸더라구요. 별내까지 다녀왔어요. 고속도로 이정표에 철원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영업이고 뭐고 철원 가서 한탄강 보고 오겠구나 싶어서 정신 바짝 차렸지요. 이렇게 한번 길이 꼬이고 나니, 제시간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과 처음 하는 영업이란 압박감이 겹쳐서, 그냥 예비 거래처에서 "미팅 날짜 바꿔요"라고 해주길 바랐을 정도예요.
근데 의문이 들더라구요. 고속도로에서 출구 한번 놓친 것뿐인데 주행거리가 30km나 늘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름 편한 길 따라 운전한다고 네비 설정을 "고속도로 우선"이라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암튼 무사히 잘 다녀왔고, 돌아오는 길에는 비도 내렸지만 빗길도 잘 뚫고 왔습니다. 스스로 뿌듯하더라구요.
돌아오다가 들린 휴게소. 휴게소를 혼자 온 적도 처음이네요.
저의 여정을 듣더니 남편이 제일 먼저 하는 소리가 "왜 다음 출구에서 바로 안 나갔어?"라고 하더군요. 정말 공감지수 제로. 수고했다고, 고생했겠네, 처음이라 그래 이렇게 말해주면 좋은데. 좀 섭섭하더라구요. 초행길에 길 헤매면 네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참나나. 그래도 잠 자기 전에는 내 운전 실력의 8할은 자기 몫이라며 흐뭇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더 나은 운전 실력을 위해서 내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