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톤~으로 친절한 상담 합니다
개업을 하고 좁은 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개업 소식을 알렸다. 아빠 친구분이 사업을 하고 계셔, 사장님이 계신 을지로 쪽으로 인사를 갔었다. 사장님은 점심을 사주시면서
상담할 때는 무조건 친절하게 해라
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상담에서는 제일 중요한 게 친절이라면서, 친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상담을 받는 고객 입장에서도 편하고 그래야 본인이 궁금한 부분과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나도 사장님의 조언에 동의하는 바다. 상담을 해주는 입장에서도 사실관계, 투명한 정보를 전달받아 상담을 진행해야 정확한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동안은 친절함보다는 엄근진 분위기에서 상담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세무사 꼬꼬마시절, 같이 일했던 세무사님 중 한 분은 세법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고, 냉철한 판단, 순발력으로 능력치가 만렙인 분이셨다. 더군다나 인품도 좋으셨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내가 봤을 땐, 상담을 진행할 때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열정 것 전달하기에 바빠 상대방의 반응을 잘 살피진 못했다. 능력자 세무사님은 세법적인 부분만 대답하고 상대방이 심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말하면 (그 부분은 세법 영역이 아니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무사님의 설명이 어려웠다.( 똑똑한 사람들은 설명에 약하다던데 맞는 말인 듯) 쉽게 말해 상담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세무사님과 나는 사수-부사수로, 세무사님이 상담할 때 일도 배울 겸 같이 상담에 참여했다. 내가 느낀 바로는 상담받는 고객들은 세무사님이 설명해 주는 세법적인 부분, 실무 적용 범위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해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질문이라든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 사소한데 궁금한 부분들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질 못했다. 질문을 할지 말지 고민할 때 내가 눈치채고 하실 말씀 있냐고 물어보면, 또는 상담이 다 끝나고 사무실을 나가면서 나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그러다 보니 능력자 세무사님이 진행하는 상담은 속전속결로 끝났고, 상담 시간이 끝나면 세무사님 업무도 끝났다.
대게 나한테 추가적으로 하는 질문들은 사소한 부분이라 대답하기 애매한 것들, 또는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이었다. 또는 세무 업무 영역이 아닌데 알아서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예를 들면, 자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자녀 신혼여행 비용을 지원해 줄 건데 (도대체 얼마를요?) 증여세에 해당 안 되는 게 맞는지, 본인 소유 아파트를 자녀에게 전세줄 예정인데 전세 금액을 정해달라던지(제가요?), 아파트 구매를 위해 동생과 7~8년 전에 돈을 대여했는데, 그 돈의 출처가 사돈의 팔촌이 15년 전에 빚진 금액을 갚은 돈이었는데 알고 봤더니 할머니가 증여한 돈이라든지(도대체 무슨 소리지?), 아파트를 양도할 계획인데 양도 계약서를 써달라든지.
세법서적, 수험서만 보던 나에게 이런 추가적인 질문은 너무나 어려웠었다. 어디까지 알아봐 주고 대답해 주어야 할지 기준도 몰랐다. 고민하다가 추가적으로 받은 사소한 질문을 능력자 세무사님께 물어보면 세무사님은 “글쎄.. 그건 좀…” 이라며 똑 부러지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능력자 세무사님을 분석하고 사소한 질문들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능력자 세무사님은 안된다는 취지로 대답을 한 건데 표현이 서투르고,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충분히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애매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 또는 너무 사소한 질문이라 세무사님이 생각하기에도 대답해 주기 애매한 부분들이라 난감하셨던 것 같다.
결국엔 능력자 세무사님은 세법적인 부분을 똑 부러지게 대답해 주고, 추가 질문이 없으니 상담 후 추가 업무도 없었다. 반면 나는 상담이 끝난 후 추가 질문에 대해 조사를 해야 했고, 시간을 들여 조사해 봤지만 결국엔 답이 없어 똑 부러지는 대답을 못하고, 그러다 보니 대답도 못하는 세무사, 아는 게 없는 세무사가 되었다는 자괴감에 자신감도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추가 질문, 사소한 질문, 질문인 줄 알았는데 결국엔 세금 내기 싫다는 하소연 말고 나도 세법적이고, 실무상 많이 다루는 내용만 상담하고 싶단 생각에, 상담할 때 친절한 이미지보다는 카리스마+냉철 이미지, 엄근진 분위기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권위적인 분위기로 상담을 하면 내가 아는 부분만, 내가 설명하고 싶은 부분만 설명을 하면 되니 업무적으론 편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상담을 진행한 적 있었는데, 친구의 친구라서, 무료 상담이었지만 성심성의껏 상담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분야라 어떤 사소한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해줄 자신도 있었다. 결과는 쌍방 대만족. 막힘없이 대답한 나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웠고, 친구의 친구도 막연히 불안하고 무서웠던 세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상담에 고마워하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지며 보람을 느꼈다. 아 이래서 유튜버들이 좋아요 구독 알람을 외치는구나 싶었다. 칭찬과 인정은 업무의 원동력이 되는구나. 그리고 다시 다짐했다. 비록 추가질문이 많아져 업무도 늘겠지만, 상담은 친절하게 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