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저도 벤츠 차주가 되겠어요

과소비를 위한 합리화

by 김세무사


난 초보운전이다. 운전이 서툴다. 겁이 많은 것도 있고, 같이 달리고 있는 옆 차주를 못 믿는 것도 있다. 나 혼자 안전운전을 해도 옆 차가 난폭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나니까.


특히 주차는 아직 많이 미숙하다. 주차하는 도중 다른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와 내 차가 주차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식은땀이 흐르며 당황스러움에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다. 차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어 진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다닐 땐 차를 갖고 다녔다. 수업은 저녁에 있어, 그 시간엔 도로도 한산했고, 캠퍼스에 주차 공간이 널찍해 운전과 주차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캠퍼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그날은 지상 주차장에 자리가 널찍했다. 주차공간이 이렇게 여유로우면 주차는 쉽다고 생각하고 주차를 하려던 순간, 내가 주차하려는 칸 끝에서 지나가던 대학생 3명이 멈춰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졸지에 대학생 3명 앞에서 주차를 해야 했다. 그들은 날 신경도 안 쓰겠지만 난 그들이 너무 신경 쓰였다. 신경이 쓰이자 첫 번째로 시도한 주차는 칸을 넘겼다. 다시 시도를 했다. 수업 시간도 많이 남았고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차도 없어 여유롭게 라인을 맞추면 됐지만, 대학생 3명이 날 쳐다보고 있단 생각에, 대학생 3명이 주차 못한다고 비웃을까 봐, 조바심을 내며 주차를 수정했다. 그 결과 주차칸에 딱 맞게 넣었지만, 운전석 쪽이 주차칸과 딱 맞닿아 있었다. 내 차 양쪽으로는 빈칸이어서 내리는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대학생 3명 앞에서 또 주차를 수정하는 게 없어 보인단 생각에 그렇게 주차를 마무리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끝나고 차로 오니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내 차 양쪽으로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운전석은 문을 열 공간이 없었다. 하, 왼쪽(운전석 옆 칸)에 주차된 차주가 내 주차를 보고 욕했겠구먼 싶었다. 왼쪽 차주랑 얼굴 마주치기 전에 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조수석으로 타려고 하는 순간, 왼쪽에 주차된 차주, 벤츠 차주가 왔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내 뇌피셜이다.


벤츠 차주는 본인 차 때문에 옆에 주차된 차주가 차에 못 타고 있는 걸 보았다. 벤츠 차주는 호다닥 차로 달려가 차에 시동을 켜고 네비나 온열시트, 난방을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래야 옆에 주차된 차주가 차에 탈 수 있으니까. 날도 추운데 본인 때문에 옆 차 차주가 밖에서 오돌오돌 떨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벤츠 차주는 내가 오돌뼈가 되는 걸 막아 주었다

크으으 역시 벤츠 차주 클래스인가? 주차된 내 차를 보며 욕하고, 내가 조수석으로 타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욕감을 줄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차를 빨리 빼줘 내가 존엄성을 지키며 운전석으로 탈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평소 벤츠 차주에 대해 운전 거칠게 하고, 상대방 차 배려 안 하고, 비싼 외제차 차주라고 돈 많은 걸 과시하는 거만한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배려를 받으니 감동했다. 그리고 난 다짐했다. 나도 남을 무시하지 않고 겸손하며 배려심과 인성이 넘치는 클래쓰 있는 차주가 되리라.


이 스토리를 남편에게 했다. 남편의 반응은 이랬다.

“주차칸만 잘 지켰음, 그 벤츠 차주는 다른 주차된 차는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결국 벤츠를 사고 싶단 뜻이지?”


남편아,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걸로 하자. 사무실을 열심히 운영할 원동력이 생겼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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