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uicklittlewalk

by dukbo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들의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요즘 나의 최대 고역이다. 항상 ‘나야 늘 똑같지’라고 말은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정말 똑같게만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나에게는 덤덤한 척 말하는 게 꽤나 힘들다. 실제로 상처가 되는 농담에는 웃을 수 없는 것처럼,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곧 서른인데 아직까지 학교를 벗어나지 못했고, 군대도 끝마치지 못했으며, 벌어놓은 돈도 없다. 10년 전 처음으로 부산을 벗어나 대학에 입학한다는 설렘을 안고 상경했던 스무 살과 다를 바 없는 여전한 조무래기다. 그럴 때마다 내 인생에 올바른 선택은 없었나 싶고 (특히 대학원), 그렇다고 현재 내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자취방 얼룩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축 처진 얼굴이 무력하고 수동적인 삶의 업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괴감에 가끔은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그러다가도 연구실 형이 보내준 논문을 보려고 늦은 밤에도 연구실 컴퓨터에 원격 접속하고, 이딴 게 왜 이렇게 좋은 저널에 나왔는지 같이 피를 토하며 욕을 하기도 하며, 주말에까지 출근하여 학회 발표 자료나 교수님께 보내드릴 논문을 수정하고 있는 나를 보면 꽤나 연구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95% 시즌조차 날려먹는 여전한 롯데 자이언츠와 새벽에 경기해서 잠도 못 자게 하는 도르트문트를 매번 욕하고 다시는 응원하지 않겠다 다짐했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보고 있다던가. 크리스토퍼 놀란을 싫어하는 이유를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거나, PTA의 신작 영화를 보고 나와 여자친구와 감동의 물결에 휩쓸려 입이 마르게 극찬을 하고 있다던가. 앞선 암울한 생각은 언제 했냐는 듯 작은 눈이 부릅 떠지고 온몸에 생기가 도는 원인 또한 변함없는 것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실소가 터져 나온다.


진짜로 나야 늘 똑같은데, 세상에 부적응하여 불만도 많지만 사실 꽤나 애정하는 것도 많은. 누가 그렇다고 놀릴 때마다 격렬히 부정하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인정하게 되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이번에는 다짐하기에는 자신이 없어 기도한다. 젠장.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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