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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Feb 17. 2021

Merry Christmas Ms.

2018년이었나,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 강릉에 간 적이 있었어. 왜 가는지, 뭐 했는지 같은 질문을 받고 싶지 않았거든. 그리고 ᅵᆫ짜로 아무 이유 없이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왔어. 그냥 우연히 본 해변이 마음에 들었고 나는 바다가 보고 싶었나 봐. 꽤 오랫동아 아무 데나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사실 정신은 딴 데 팔려있었어. 뭐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가 문득 파도 소리, 사람들 시 이런 것들이 들리면서 바다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러면 또 한동안 바다를 보다가, 또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왜 그랬을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 오늘도 침대에 ᅮ워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유튜브에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이 리스트가 뜨다. 예전에 많이 들었었거든. 첫 곡이 'Merry Christmas Mr. Lawrence'였어. 나는 크리스마스에 딱히 아무런 감정이 없거든. 딱 그 단어를 보는데 곧 크리스마스라고 설레하고 신나하던 니가 생각이 나더라. 너 크리스마스 좋아하잖아. 그 생각밖에 안 났어. 세탁소 이불이랑 비슷한 너한테서 나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창문을 열었어. 너 냄새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했잖아, 향기라고 불러 달라고 했었는데. 나는 다른 애들 향수 냄새보다 너한테서 나던 냄새가 더 좋았어. 그냥 그랬다고, 오랜만에 니 생각이 났어. 어차피 또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그 전에 한 번 끄적여봤어. 이 띵띵거리는 음악 소리가 끝나기 전에. 얼마 전에 크리스마스였는데, 즐겁게 보냈을라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도 못 했는데. 그냥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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