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끼리를 좋아합니다. 전생에 코끼리였을지도 모르죠.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증명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 따위에 진절머리가 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증명인 것 같아서요. 우리는 평생 증명을 하며 삽니다. 사실을 증명하고 가치를 증명하고 감정과 관계까지도 증명합니다. 말했듯이 저는 코끼리를 좋아합니다. 내 전생이 코끼리이면 좋겠어요. 근데 이건 어떻게 증명하죠?
저한테는 유독 증명이 버겁습니다. 특히 저는 말을 정말 못하거든요. 보통의 경우 상황에 맞는 말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말들이 딱딱하게 느껴져요.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단어들과 그 배열이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머릿속과 입에서는 맴도는데, 뱉어지지가 않아요.
안절부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코끼리가 어쩌다가 사람이 되어서. 이런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