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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Apr 02. 2021

She made me feel things.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mbti 검사를 할 때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한 문항이다. 그 시간의 대부분 동안 ‘너무 극단적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거지.’ 동의와 비동의 사이에 놓인 7개의 동그라미를 번갈아 누르다가, 결국 동의에 한 칸 치우쳐진 것을 선택했다.

(이건 좀 tmi인데 내 mbti는 infp이다.)


그래 상황에 따라 다른 거지, 내가 어떤 상황에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허용했더라. 사실 여기서 행동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내 생각과 가치관이지. 단순한 행동이야 뭐, 엄마가 청소하라고 하면 하는거지. 나는 한동안 저 문장에 대한 생각을 짧고 꾸준히 하고 있었다.


어제 자기 전에 클럽하우스의 아무 방이나 들어가서 사람들 얘기를 듣고 있었다. 연애와 관련된 주제였는데, 누군가의 호감을 사기 위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맞다,  상황이었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일이지.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라고,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을 만나라는 문장을 많이 봤지만 나는 다소 비동의하는 편이다.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것이 감정에 빠진 사람의 행동이고,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이 사랑일 테지. 친구들이 왜 나답지 않은 병신 같은 짓거릴 하고 있냐고 욕했던 적도 있었고, 좋아하지도 않는 마라탕 내가 퍼먹으면서 웃으면서 맛있다고 연극한 적도 있었으니까. 우리 엄마도 어렸을 땐 말 더럽게 안 듣는 나 같은 아들 키울 거라고 생각 못 했을거다.

외계인이 침공하더라도 우리는 사랑의 불 예측성으로 이겨낼 것이라는 말에도 동의한다.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까.


사랑을 예찬하는 글은 아니고,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일시적이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몇몇 행동을 반복한다. 유호진 pd의 말이 맞았다. 때문에 나는 좀 더 다양하고 덜 편협한 인간이 되었다. 아, 사랑의 불 예측성이란.

그렇기에 사람을 사랑으로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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