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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Oct 09. 2021

누군가는 달빛이 마음을 대변한다길래,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나를 띄어보냈지. 제발 한 번만 바라봐달라고, 내 바램이 한 번만 닿아달라고. 하지만 그것이 닿을 리 없었고, 매번 흩날리고 떨어지고 말았어.


견월망지(見月忘指).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지 말고,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지만, 그러지 못했어. 나는 그 끝이 결국 나를 찌를까 무서웠고, 그 무너짐은 오롯이 나의 것일 테니까.

달이 반만 보이는 것이 내가 눈을 반쯤 감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달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내가 눈을 완전히 감고 있는 줄만 알았지.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지금도 그런가 봐. 아니지, 매번 미성숙 혹은 철없음으로 얼버무리지만 모든 것이 나의 서툼 때문인 것을 사실은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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