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ukbo Apr 17. 2022

조명탄

나는 조난 중이었고, 천장을 볼 때마다 목 매달린 내 시체가 보였다.


호랑이의 눈을 볼 때, 영혼이 아닌 거기에 비친 자신의 두려움을 보는 거라고 했다. 호랑이의 눈을 볼 때만큼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한동안 천장을 볼 때마다 내 시체를 봤는지도 모르지. 나는 아닌 척했지만 호랑이가 나와 눈을 맞춰주기를 바랬거든.


그래서인지 나는 가끔을 제외한 시간 동안 현실을 부정하고 환상을 바란다. 그러다 환상에 가까운 현실의 심상을 만나면 나는 몇 초 동안 얼어버리게 돼.


그 무엇도 비쳐 보이지 않거든. 그냥 그 자체를 마주하게 돼. 일생 동안 처음 느껴보는 감정일지도. 혹은 느껴봤지만, 여러모로 미련한 탓에 스스로 정의를 내리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그럼 나는 책장을 넘기고, 영화 프레임을 각인시켰다. 호랑이 눈도 걔들이 가르쳐 준 얘기거든.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같이 조난을 당한 그와는 다른 희망을 안고 표류했지. 희망을 잃으면 죽게 되겠지만 나는 부족하여 많은 희망을 안고 있다.


언젠간 하나 정도 찾아내겠지. 난파를 당하더라도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다른 호랑이의 눈을 찾아 떠날 수밖에.

작가의 이전글 bah humbu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