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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08. 2020

내면의 춤

그는 온통 흑백뿐인 사람이었다. 세상의 색채를 바라보지 못하고, 받아들일 생각도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커다란 색채 하나가 그의 내면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 색채의 이름은 소냐였다. 흑백과 색채의 경계선, 그 경계선에서 처음으로 그의 내면에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내면의 춤. 소냐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였고, 그가 소냐를 사랑하는 이유였다.


소냐가 그의 곁을 떠난 뒤, 그의 내면에는 무색의 아지랑이만 남게 되었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당신이 없으니까 모든 것이 엉망이야.’


그는 다시 세상의 색채를 받아들일 생각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차이점은 아지랑이였고, 그는 세상의 색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주변으로부터 그곳에 스며드는 작지만 다채로운 색채들. 당신이 내게 새긴 아지랑이에 입혀지는 색채를 따라 얻어지는 것들.


다채로운 색채들은 섞여 다시금 흑색 빛이 되었다. 흑백만큼 진한 명암은 없었다. 그는 다시 소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오베라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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