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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Feb 12.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북한

통일을 염원하며

 2018 평창 성공 기원 북한 예술단 특별공연을 보고


 지난주 북한의 현송월이 이끈 삼지연 관현악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이 있었으며, 다음날 TV에서 녹화 방영한 것을 보았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을 보면서 1·4 후퇴 피난민의 자식으로서 복잡한 감정이었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고 비슷하게 생긴 모습의 사람들이 아프리카나 그린란드 원주민보다 더 낯설고 더 적대적일 수 없다는 현실에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미어지기도 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지구 상에 유일하게 남은 공산집단인 북한은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예술을 장려할 뿐, 순수한 의미의 예술은 없다고 합니다. 2015년 현송월 그녀도 모란봉 악단을 이끌고 공연차 북경에 갔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연 직전 공연을 취소하고 되돌아 간 일이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순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부친은 평생을 평양 근처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다가 31년 전 예순두 번째의 생신을 한 달 앞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의 제 나이였습니다. 그 부친의 고향에서 온 젊은이들이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생김생김이 너무 친숙해서 마치 조카들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들도 북한 정부에 세뇌되어 독재자 김정은을 신격화하며 바깥세상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겠으나, 공연을 하는 모습만큼은 이념도 사상도 없는 그저 연주자이고 음악인으로만 보였습니다.


 북한의 노래 ‘반갑습니다’를 필두로 ‘J에게’ 등 친숙한 한국 가요와 함께 교향악 메들리로 이어졌고, ‘최진사 댁 셋째 딸’을 부르며 리듬을 타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얼굴이고 표정이었습니다. 가슴골이 보이는 드레스 옷차림도 귀엽기만 했으며 화음도 아름다웠습니다.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후반부 노래는 북한 것으로 짐작은 했으나 38 따라지의 자식으로서 태어나 시니어가 된 사람으로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 세대가 초등학생일 때 누구나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지만, 나중에는 반정부 데모대가 부른다고 해서 금지곡이 되었던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 불려지고 ‘다시 만납시다’라는 제목의 노래로 끝났습니다만 한참 동안 소파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다시 공연합니다. 내일이나 TV로 볼 수 있겠지만 기다려집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평창에서 벌어진 개막식을 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현장에 있든 TV로 보았던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멋진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야말로 선진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 인류에게 보였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저희 세대는 하계올림픽만 알았지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자랐습니다. 알았어도 그것은 선진국 몇 개 나라의 놀이로만 생각했습니다. 수영, 피겨스케이팅, 골프, 테니스와 같이 스키도 부르주아 스포츠로서 넘볼 수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지난달 호주오픈에서 정현 선수를 보고 감동한 것은 4강이라는 성적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코비치나 페더러 같은 세계적 선수들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그의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35년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인들에게 잔뜩 주눅 들었던 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던 것입니다.


 88 서울 올림픽을 어렸을 때 경험한 젊은이들은 어느 나라 사람에게도 주눅 들기는커녕 당당하다고 느꼈습니다. 3년 전 동남아시아 여행 중에 만난 젊은이들이 그랬습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을 경험한 아이들은 거기서 또 한걸음 도약할 것입니다. 30년 후에는 그 젊은이들이 한국을 더 크게 빛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북한 인사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북한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에 살았기에 피부에 닿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김영남과 김여정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해서 문재인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에 아무 감정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거나 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북한이 65년 전에 체결한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평화협정을 맺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일이 금년에 이뤄지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3류 깡패국가로 전락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까요? 문재인과 트럼프! 좋아 보이는 궁합은 아닙니다.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허송세월 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마음으로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독일처럼 통일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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