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월드컵이 조별 예선 1라운드를 끝내고 두 번째 라운드에 돌입했다. 마지막 조인 G조에 속한 일본이 콜롬비아를 깨뜨리고 승점 3점을 가져갔고 FIFA 랭킹 70위에 불과한 러시아는 2002년 개최국이었던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16강 진출을 99.9% 확정 지었다.(소련 시절 제외)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일본의 승리는 – 배가 아프다고 하더라도 –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일본까지 한국 팀처럼 소극적 플레이로 졌더라면 유럽의 백인 인종주의자들은 중동을 포함해 아시아에 주어진 4.5장(나머지 0.5장은 호주)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너무 많다고 떠들어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승리는 행운이 따랐다. 페널티킥과 퇴장을 동시에 준 것은 아무래도 심하다는 느낌이었다. 고의성이 100% 있었던 것도 아니며 모든 고의적인 반칙에 레드카드를 꺼내지 않는 게 축구 아닌가. 옐로카드면 몰라도 치명적인 페널티킥과 함께 퇴장이라는 이중처벌은 심했다는 느낌이었다.
행운과 함께 수적으로 유리한 경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분명하게 자신들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남미 축구만 만나면 주눅이 들다시피 하는 아시아 팀으로서 최초로 월드컵에서 남미 축구를 꺾었다는 기록과 함께 승리를 향한 정열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도 패배한다면 관중들은 패자에게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처럼 그랬기에 행운도 따랐을 것이다.
패배한 콜롬비아도 최선을 다했다. 수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남미 축구다웠다. 특히 한 골을 만회한 프리킥은 기가 막혔다. 수비벽이 점프할 것으로 예상하고 땅볼로 깔아 찬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최고의 지휘관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에서는 그런 창의적인 플레이에 관중들이 열광한다.
2002년 월드컵의 돌풍의 팀 세네갈은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후보인 폴란드를 꺾어 돌풍의 핵이 되었다.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은 전 대회 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를 패배의 구렁텅이로 빠트려 가장 일찍 한국을 떠난 팀으로 전락시켰다. ‘공은 둥글다’는 격언은 이처럼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팀에게만 적용된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피부색이 주목을 끌었다. 러시아와, 독일, 영국과 프랑스의 선수들이다. 인구 1억을 넘거나 가까운 나라들도 같은 유럽이지만 러시아는 백인 일색이고 독일은 거의 백인, 영국은 사오 명의 유색인, 프랑스는 선수 대부분이 유색인이었다.
무얼 의미할까? 구 소련의 KGB 출신으로 사실상 종신 집권하고 있는 극우이자 국수주의자 푸틴의 러시아와 똘레랑스의 프랑스, 그리고 그 중간에 위치하는 독일과 영국의 특징이 보였다. 피부색에 민감한 것은 백인이 77%인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야 하는 자식을 둔 이민자 부모의 숙명일 것이다.
일본이 콜롬비아에게 이겼다고 해서 본선 진출이 밝은 것은 아니다. FIFA 랭킹 8위의 폴란드(직전 3위)와 27위의 세네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국이 멕시코와 독일에게 이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공격하고 본때를 보여주며 당당하게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그것으로 만족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24일 자정에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다.
‘가즈아,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