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을 보고
(‘노스탤지어’님의 블로그에 새로 게시된 글을 가져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읽기 편하게 약간의 편집과 교정을 보았습니다. 원글은 이곳에 있습니다.)
2018. 8. 12
약 14, 5년 전인 것 같은데 친구가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한국 비디오가 아니고 100% 미국 비디오 가게입니다. 백인 동네이니까요. 가끔 놀러 가 가게도 봐주고 한국말에 기름도 쳐 줄 겸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VHS(Tape)와 DVD를 같이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정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100% 외국 영화만 있는데 오직 한국 영화 딱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얼마나 유명하던지 그 영화를 보려면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가게는 오리지널 원본만 대여할 수 있어 무허가 카피 DVD를 빌려줄 수 없었고 당시에는 그 한국 영화 원본을 더는 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 가게 가서 그 한국 영화, 그 감독을 처음 알았고 주인인 친구도 모르고 있다가 미국 손님이 강력히 추천해 어렵게 그 영화 DVD를 구매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컴퓨터에 저장된 대여 이력을 보니 세상에 그 영화 하나를 2년 동안 무려 500명이 넘는 사람이 본 것을 알고 한국 감독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김기덕 감독의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입니다.
한국에서는 김 감독을 마이너라고 충무로 영화계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미국인들은 작품만 좋으면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술은 국적도 국경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TV 프로그램 ‘PD 잡기장(註: PD수첩을 말하는 듯)’을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성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뻔뻔하다 못해 추악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성을 자신의 배설 욕구를 해결하는 물적 상대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출연 여배우를 자신의 욕정을 해결하는 대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증거가 없고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무죄면 양심도 무죄가 되는 것일까요? 더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두려움과 공포, 수치스러움을 무릅쓰고 어렵게 입을 연 피해 여성들을 보고 정말 짠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가 지닌 예술적 감성의 특출함을 떠나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악마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서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일찍이 인간을 별로 대단한 존재로 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이란 동물과 뚜렷한 구별 없는 생물학적 존재다.’ 본능을 억제하는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부나 수녀 그리고 승려가 종신 서원을 하거나 속가를 떠날 때 어려운 것은 인간의 본능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는 신부가 없어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 해 옵니다. 우리 성당도 필리핀 신부고 수녀는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마르틴 루터는 종신 독신 서약이 성경의 교훈에 어긋난다는 확신 속에서 온갖 악과 타락을 발생시킨 성직자의 독신 제도를 반대했습니다. 그는 수녀와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개신교의 성직자는 가정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므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순되고 대립하는 두 개의 욕망을 가진 이중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을 맺기 전 바그너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내 가슴속에는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다. 하나는 강한 집념으로 애욕에 사로잡혀 현세에 집착한다. 또 하나는 억지로 이 속세를 떠나 숭고한 선인의 영역에 오르려고 한다.’
인간의 가슴속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이원적 충돌입니다. 성선설이나 성악설로 단정 지을 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선과 악이 인간 고유의 속성이 아니라 인성과 인격에 바탕을 둔 자신의 선택과 판단 그리고 환경이 생각하는 갈대 인지, 아니면 갈대를 먹는 초식 동물인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남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고추밭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밭에 2중으로 울타리를 치고 열쇠로 출입구 문을 항상 잘 잠그고 아내한테만 열쇠를 맡겨서 밭을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클린턴처럼 편리하게 한다고 출입문을 지퍼로 하면 고장이 자주 나기에 안됩니다.
저는 더 멍청하게 자물쇠로 잠그면 열쇠를 잃어버린다고 번호 열쇠로 했는데 4자리 번호를 잊어버려 10년이 넘도록 고추밭을 묵혀 놔 이제는 고추밭이 잡초밭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지금도 열쇠 4자리 숫자를 찾느라 애먹고 있습니다. 저의 2자리 IQ로는 도저히 기억을 되찾을 수 없어 컴퓨터 프로그램이 좋은 것이 있다고 해 다운로드하여해보니 처음에는 ‘에러’ 메시지가 뜨더니만 이제는 아예 ‘놀고 있네’ 메시지만 나와 포기했습니다.
날씨가 더워 쉬어가는 셈 치고 잠시 진담을 했습니다.
친구 비디오 가게는 오래전 망했습니다.
NETFLIX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