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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Aug 17. 2018

추한 늙음

 ‘래리 엘리슨(Lawrence Ellison, 1944~)’이라는 사람이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오라클’의 공동창업자이자 2014년 기준 세계 5위의 부호로서,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불릴 만큼 사치스러운 생활과 괴팍한 행동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자신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인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4~5억 불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2,300여 년 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명실상부하게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BC 259 ~ BC 210)이다. 천자로서 ‘짐(朕)’이라는 호칭을 최초로 사용하고, 아방궁에서 인간 최고의 향락을 누리던 그는, 자신이 비천한 백성이나 노예와 다름없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자신의 폭정을 비난하는 선비를 생매장하고, 쓸데없는 사상을 키운다며 책들을 거둬 태우는 악행 ‘분서갱유’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선이 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간신들에게 넘어간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러 사람을 보냈다.


 신선이 산다는 전설을 쫓아 불로초를 구하러 동쪽으로 배를 타고 떠난 사람이 ‘서복(徐福)’으로, 제주도에 도착했다가 돌아간 곳이 서귀포이었다. ‘서복이(徐) 돌아간(歸) 곳’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지명이 현재의 서귀포로, 시황제에 대한 전설에 향수를 갖는 중국인들이 제주를 많이 찾는 이유다. 현재도 서귀포 정방폭포 근처에 ‘서복 기념관’이 자리하고, 안덕면 서광리에는 ‘신화역사공원’이라는 대규모 테마파크를 건설했다. 잠시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샜다.


 시황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2천3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시황제가 저질렀던 어리석음을 따라 하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늙어가면서 현명해지기는커녕 어리석음에 집착하는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왜 어떤 늙은이들은 똥고집을 피우며 꼰대 짓을 하는 것일까. 전 편과 같이 귀납법으로 분석해 본다. 죽음에 대한 이해가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은 아닐까.


 진시황이나 엘리슨처럼 자기 죽음은 다른 사람의 것과 다르다는 생각은 – 혹은 달라야 한다는 강박감은 교만의 극치다. 겸손한 마음과는 거리가 멀다. 23세기 전에는 권력이,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어리석게 만드는 동력이다. 교만한 사람은 현명해질 수 없다. 나를 포함해서 한창때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 생각만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을 비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욕을 해댄다.


 Daum이나 Naver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젊은이가 달았을 것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지, 상식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의 막말이 숱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건 교만과 오만, 독선뿐이다. 정치기사에 댓글을 자주 다는 나는 내 글에 달린 댓글을 일절 읽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없다.


 청소년 시절에 철이 들었다는 것은 타인에 대해 배려할 줄 안다는 의미고, 늙어서 철이 들었다는 것은 죽음을 생각한다는 뜻일 것이다. 많은 황금을 주고 수하들까지 딸려서 불로초를 구하라고 보냈지만, 진시황에게 돌아온 신하는 아무도 없었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불로초를 구경하지 못한 탓일까. 쉰 살도 채 못 채우고 죽은 후에는 환관 조고에 의해 시신이 며칠이나 방치되는 능욕을 당한다. 중국을 통일하고 10년 만이었으며 진나라는 결국 환관 조고가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다가 망하고 만다. 어리석은 자의 종말이었다.


 자신의 생명을 위해 일 년에 수억 달러를 쓰는 엘리슨은 얼마나 오래 살까. 한 달, 두 달, 아니면 1년이나 10년? 8월 17일 오늘 날짜로 74세가 되는 그가 20년을 더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30년을 더 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수십억 불을 안 쓰고도 살 수 있는 수명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가정이면 그도 진시황처럼 사기를 당하는 중이다.


 의학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엘리슨이 어떤 일에 그 많은 돈을 사용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담할 수는 없어도, 한 푼도 안 쓰고 보통사람처럼 건강관리를 했을 때의 수명보다 5년 이상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미국인보다 5년 이상 길다는 통계가 정확하다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는 최소 수억 불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하하, 너무 억지인가.


 최근에 한국에서는 방사선이 방출되는 침대로 인해 야단법석이었다. 침대 제조회사는 원적외선이 나오는 침대라며 라돈 물질을 사용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원적외선이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오래 살려는 마음으로 건강에 좋다는 침대를 돈을 더 주고 사들인 것이 방사선 노출로 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엘리슨도 이 같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생수에 명품이 있다면 에비앙도 그중 하나일 거다. 맥주보다 비싼 생수라는 점에서 그렇다. 몇 달 전에 에비앙에서 기준치 이상의 플라스틱 가루가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혼란스럽다. 건강을 위해 비싸게 사 마시는 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다니! 비싼 침대를 살 수 있는 경제력이나 비싼 생수를 사 먹는 능력이 문제가 될 줄이야.


 한국에서 10년 이상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에 가습기 살균제가 있다. 소중한 가족을 생각해서 가습기를 샀으며 가습기 내부에 낀 물때를 보고 걱정이 되어 살균제를 사용했던 것이, 목숨보다 귀중한 아이들과 아내를 주검이나 불구로 만들었다. 기막힐 노릇 아닌가. 광고가 그럴듯했다. 가습기 물때에 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으니, 임신부인 아내와 태아의 건강을 생각하라는 위협에 굴복하기에는 젊은 가장의 마음은 너무 약했다.


 해마다 미세먼지로 떠들썩하다.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지하철 무료 운행을 하고, 승용차 운행 2부제를 실시하는 등 각종 대책으로 요란스럽다. 한때 권장하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뉴스에서는 마스크 착용 없이 외출하지 말라고 방송한다. 무지한 나로서는 대책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답답해서 싫다. 나중에는 마스크로 인해 줄어든 산소 흡입량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다는 발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억지 금연을 위해 받는 스트레스가 더 해롭다는 주장도 있다. 오복 가운데 첫째가 장수라고 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진시황 이전부터 인간의 바람이었다. 바람이 지나치면 욕심이 된다는 것을 오래전에 깨달은 선조들이 가르침을 주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요, 있는 자연 그대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니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니라.


 그러니 나이를 적잖이 드시고도 어리석은 짓을 멈추지 않는 노인들이여, 철 좀 드시라! 그대들 탓에 모든 노인들이 도매금으로 꼰대라고 불리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어리석은 늙은이들보다는 현명한 노인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다수는 점잖아서 조용할 뿐이고, 어리석은 소수의 노인들이 빈 깡통처럼 요란하다는 것을.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함부로 꼰대라고 모든 노인들을 매도하지 마시라!


 <후기>

 글이 길어져 여기서 마감합니다. 오복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의 저에게는 다섯 번째 고종명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이 강녕이라고 생각합니다.

1. 수(壽):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2. 부(富): 부유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3. 강녕(康寧): 건강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4.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고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5. 고종명(考終命): 깨끗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분이 꼰대질하는 노인도 많다는 댓글을 보고 이 글을 생각했습니다. 왜 꼬장 부리는 노인들이 있는가에 대한 고찰인 셈입니다. 어제 글이 재미가 있었는지 브런치에 올린 글이 24시간도 안 된 정오 현재 11,500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이같은 경험은 처음입니다.


 싸가지 없는 친구도 봤습니다. 남의 글을 퍼가면 출처를 밝히는 게 예의이거늘, 복사해서 자기가 쓴 글처럼 올리고는 댓글에도 자기 글처럼 취급하는 인간입니다, 이런 부당한 처사를 보면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 꾸지람을 주려면 그 카페에 가입해야 해서 단념했습니다. 혹시 가입한 회원 분이 있으면 제 대신 혼내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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