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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Sep 22. 2018

최저임금과 자동화 (끝)

 경제 전문가도 아니며 전공자도 아닌 주제에 이런 소재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객관적 자료와 상식적인 분석을 통해서 소득 양극화에 대한 논리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부익부, 빈익빈’을 뜻하는 소득 양극화에 있어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못된 나라가 미국과 한국이다. 이는 세계에서 대학 등록금이 비싸기로 1, 2위인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위 자료로 미국과 한국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UBI 도입이 필요한 나라가 있다면 미국과 한국이다. 먼저 미국의 양극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아래 그래프에 답이 있다.

 1970년대 이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90%의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29년 경제 대공황 이후 1970년까지는 모든 계층의 소득이 균등하게 증가했지만, 70년대 이후에 상위 10%의 소득만 증가했다. 2천 년대 이후 상위 0.5%의 소득 증가가 두드러진다. 위 그래프가 전하는 의미를 요약한다면,


 -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기초한 복지국가가 지속한 ‘대번영의 시대(The Great Prosperity, 1947~1977)’에는 모든 계층에서 고른 소득 증가가 있었다.


 - 1980년에 등장한 레이건 행정부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며 최고세율을 70%에서 35%로 낮추는 감세를 추진한다. 근거는 래퍼곡선(Laffer Curve)과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다. 이때부터 소득 상위계층 10%의 소득은 급격히 증가하고, 하위 90%는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한다.


 -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 양극화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민주당 정부에서는 양극화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은 이와 같은 통계를 찾을 수 없어 경향을 분석할 수가 없다. 대신 그동안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 해석을 하려고 한다. 어떤 뉴스나 경제전문가들도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라 ‘주관적’이라고 표현했다. 먼저 객관적 자료부터 보자.

 좌측의 표는 한국의 샐러리맨 보수가 미국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물론 화학업계가 한국의 전 업종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과거에 다니던 회사도 큰 차이가 없다고 들었으니 다른 업종도 유추 짐작할 수는 있다.


 3~40년 전 우리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꿈의 연봉이 아닐 수 없다. 1983년 연수를 간 회사의 직원은 우리가 받는 연봉보다 최소 7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차이가 별로 없을뿐더러, 세금이나 생활비를 비교하면 미국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그러면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나 될까. 아래 표는 금년 예상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이민 가는 나라 미국,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한국보다는 많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를 제외하면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세금을 고려하면 순 소득(Net Income)은 오히려 역전할 수도 있다.


 6만 불과 3만 불대의 1인당 GNP를 고려하면 양극화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심하다고 볼 수 있다. 70년대 학번인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도 고등학교 졸업생의 10% 이하만이 진학했다. 현재의 대학 진학률이 70%에 이를지라도 대기업 취업률은 10% 이하였던 70년대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무엇을 뜻할까? 개인적으로 성평등이 양극화를 심화시킨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자.


국민학교 3학년 이후로 성인이 될 때까지 이성과 거의 떨어져 지냈다. 공대에 다닌 덕분에 여학생은 거의 없었고 회사에 다닐 때도 여직원은 타이피스트 정도였다. 대부분 중매로 맞선을 보고 배우자를 선택했으며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성평등의 결과로 사관학교에도 여성이 진학하고 소방서나 경찰서에도 남녀가 같이 근무한다. 지난 5월 취객에서 폭행을 당하고 성적인 모욕을 당한 후, 뇌출혈로 사망한 51세의 여성 소방관의 남편도 같은 소방관 동료였다.


직장에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 요즘은 교사는 교사와, 의사와 판검사는 그들끼리 맺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시대에는 두 가정이 나눠가질 직업이 성평등의 결과로 한 가정으로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직업의 수는 변하지 않았더라도, 개별 가정으로 보면 좋은 직업은 반으로 줄어든 결과를 초래했다. 고소득층은 두 배의 소득이 되고,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맺어질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유화학 계통의 회사에 다니는 남녀가 직장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면 연소득 20만 불의 고소득층이 되는 것이다.


 성평등은 좋은 일이고 모든 국가나 사회가 지향할 이상이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양지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양지에 가득한 햇볕을 조금 떠다가 음지에 나눠주는 일이야말로 국가가 담당할 몫이다. 왜? 양극화를 조장한 것이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고소득 가정에게 과세하여 UBI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연 20만 불 소득의 가정에 월 천 불은 별 것 아니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가정에게 천 불은 정말 요긴하게 쓰일 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양극화가 가장 심한 미국과 한국에서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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