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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Oct 19. 2016

사위傳(完)

(사위와 장인)

여동생은 한국을 찾은 조카부부를 위해 한옥을 체험하라며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전통한옥에서의 숙박을 마련했다. 널찍한 대청마루와 노란 종이 장판이 깔린 온돌방이 꽤나 깔끔했다. 문제는 수요일 하루만 예약이 비어 있었다.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짐은 프런트에 잠시 맡긴 후에 남대문 시장을 아이들과 둘러보며 필요한 쇼핑과 식사를 했다. 오후에 아이들 고모부가 차를 갖고 와서 예약한 한옥으로 가방을 옮겼다.


다음날 사위의 외숙모와 경복궁에서 약속이 있다며 아침 일찍 한옥을 나섰다. 외숙모는 경복궁 영어 가이드 투어를 준비하고 조카부부를 구경시키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젊은이의 메카라는 홍대입구에 시간이 되는 조카들을 나오게 했다. 피난민의 자식으로 친척이 별로 없던 나는, 미국과 한국에 떨어져 살더라도 아이들만큼은 서로 교류하며 지내게 하고 싶었다.


저녁에 홍대입구 지하철역에서 만난 아이들은 피곤한 모습이었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만난 조카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던 외숙모의 성의를 이해는 하지만, 당사자들은 별 관심도 없는 대낮 경복궁 투어에 억지로 참가했던 것 같았다. 점심으로 먹은 보쌈정식만 맛있었다며 웃었다. 가톨릭 의대에서 의사를 준비하고 있는 조카가 정해준 약속 장소로 향했다.


번화한 홍대 맞은편 골목에 자리한 돼지갈비 집이었다. 길거리에 자리한 음식점의 멀지 않은 장소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었고, 좁은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해서 우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오픈된 식당의 옆에는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를 찍은 장소라는 의미의 사진을 붙여 놓았다. 사위는 바로 이런 곳에 와보고 싶었다며 활짝 웃었다.


잠시 후 나타난 조카들에게 아이들을 인사시킨 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은이들 모임에 쓸데없이 낀 방해꾼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이날 밤 자정을 훨씬 넘겨 귀가했다. 사위는 딸아이가 걱정할 만큼 술에 취한 채, 눈에는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래, 부모의 나라에 왔으니 한 번쯤 그렇게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그렇게 취해보는 것도 젊음의 특권이 아니겠느냐!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난 사위는 숙취로 고생하는 듯했다. 피곤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바람에 필름이 끊겼었다며 계면쩍어하면서도, 엊저녁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재미도 있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은 오후에 있는 또 다른 친지들과의 약속을 위해 마지막 외출을 했다. 마지막 날인 토요일은 가족들을 위해 온전히 비워두게 했다.


마지막 날은 온종일 나와 함께 지냈다. 독감으로 고생하는 큰아빠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고 미국에 선물로 가져갈 것들을 쇼핑했다. 저녁에는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조카까지 올라왔다. 재미 삼아 자정까지 족발이며 치킨을 배달시켜 소맥을 말아(?) 마시며 젊은이들과 웃음꽃을 피웠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가기를 원했을 뿐이다. ‘권사님’인 여동생도 이날 저녁만큼은 아이들이 충분히 마실 만큼 소주와 맥주를 준비했다.


“아빠, 정말 내일 회사에 가기 싫다. 10일이나 비웠는데 얼마나 할 일이 많을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다음날 아침 딸아이가 출국장으로 나가면서 한 말이다. “그래,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출장이나 휴가를 갔다 온 다음에는 회사에 가기가 싫더구나!” 아이를 배웅하는 내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주일을 더 머물기로 한 사위와 지하철로 돌아오는 길에 사위에게 들은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아내와 단 하루도 떨어진 적이 없는데, 갑자기 혼자가 되니까 허전하고 기분이 이상합니다.”


“과거를 후회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잘 키우셨잖아요. 어제 저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아버님도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통쾌하게 웃었다. 그래, 지난 며칠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구나!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 됐다. 그러나 너도 아이를 키워봐라. 이상하게 자식에 관한 일만큼은 후회가 많단다.


<후기>

사위는 친구가 와서 데려갔습니다. 떠나기 전에 내게 200불을 주었습니다. 뭐냐고 했더니 내가 준 돈이라고 했습니다. 공항에서 환전하지 말라며 얼마를 주었는데 그걸 갚는 것이었죠. 괜찮다고 했더니 내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걸 받으며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다음에 만날 땐, 내 용돈도 챙겨야 한다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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