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조 Mar 31. 2017

그녀는 왜 그랬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을 보며

인생을 흔히 골프나 바둑에 비유하곤 한다. 아마추어 골퍼가 드라이브 샷을 200야드 이상 보내지 않으면 파를 하기 힘들다. 마음을 비우고 쓰리 온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플레이를 해야, 재수가 따라준다면 원 퍼트로 파를 할 수 있다. 보기를 한다 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파를 하겠다는 욕심으로 힘이 잔뜩 들어간다면 양파도 심심찮게 나온다.


바둑도 비슷하다. 포석을 망친 판은 이기기 힘들다. 불리할수록 참고 참으며 상대의 약점을 노려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가 방심해서 욕심을 부리도록 만들어야 판을 뒤집을 수 있다. 불운하게도 욕심 없이 자신의 바둑을 두는 겸손한 상대를 만나게 되면 불리한 판을 뒤집기란 요원하다. 경적은 필패하고 하지 않던가.


3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이로서 한국 현대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또 하나의 비극이 완성되었으며, 지난해 시월 말 이후, 5개월 동안 진행되었던 최순실 게이트는 클라이맥스를 지나 종착역을 향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 불통과 거짓을 온전히 드러냈던 세월호가 사건발생 후 3년이 지난 오늘 목포항에 도착한다는 사실이다. 박근혜가 구치소에 수감되어 올림머리를 풀고 죄수복으로 갈아입은 것은 2017년 3월 31일 새벽 5시께고, 세월호가 아침 7시에 출발해서 목포항에 도착하는 것은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다. 우연치고는 너무 오묘하다.


지난 5개월 동안 뉴스를 가까이 한 사람으로서 '그녀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토록 최악의 선택만 했을까? 골프로 치자면 티샷이 심한 슬라이스로 러프에 들어갔는데도 파를 노리다가 그린에 올라가 보지도 못한 채 양파를 한 셈이고, 바둑으로 치자면 불리한 포석을 하고도 상대편 돌을 무리하게 잡으려고 시도하다가 100 수도 전에 자신의 대마가 잡혀 불계패한 셈이다.


최순실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자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일축해놓고, 'JTBC 뉴스룸'에서 최순실 태블릿을 입수해 최순실 국정개입 증거로 보도하자 그 다음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서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2차, 3차 담화를 발표해서 눈물을 보이며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립서비스만 했다.


새해 첫날 기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질문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무죄를 일방으로 주장했으며, 듣도 보도 못한 '정규재 TV'라는 인터넷 매체를 청와대로 불러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주장만 되풀이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그녀가 선택한 변호인단도 최악이었다. 대표 변호인인 이중환은 물론, 서석구, 김평우 변호인은 명백한 증언과 빼도 박도 못할 증거에도 불구하고 부인과 감정으로 헌법재판관들과 시비를 걸었다. 나중에 헌법재판관 출신인 이동흡 변호사가 참여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으며 과격한 변호인단 사이에서 입지도 적었다.


지난 5개월 동안 그녀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불통의 그녀는 그 많은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고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길을 택했다. 자신의 잘못을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으로 인정했던들, 여론을 인식하고 여론에 따랐던들, 야당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던들,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던들, 사건의 전모를 은폐하고 축소하려고만 들지 않고 어느 정도 실수를 인정하고 밝혔던들, 진솔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했던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만 하지 않았던들 그녀는 탄핵되는 최초의 대통령이나 구속되어 영어의 몸이 되는 치욕은 최소한 모면할 수도 있었다.


70년도 못 되는 민주주의 역사에서 240년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도 갖지 못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라는 영광에서 최초의 탄핵 대통령, 최초의 영장 실질 심사에 임한 대통령, 파면 후 21일 만에 구속되는 치욕의 대통령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정말이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단죄를 바라던 마음이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다. 일기예보는 아침에만 잠깐 내린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의문이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운명과 인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