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다정한 이기주의자가 되는 연습

거절이 미안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by 두콩아빠

우리는 평생 ‘좋은 사람’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곤 합니다.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혹은 내가 야박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내키지 않는 제안에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특히 관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오십 대에게 주변의 요구는 끝이 없습니다. 직장의 후배, 장성한 자녀, 노쇠한 부모님, 그리고 수많은 지인까지. 모두의 기대를 채우려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의 창고는 텅 비어버리고 맙니다.


몽테뉴 역시 이런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향 보르도의 시장직을 두 번이나 역임했습니다. 당시 보르도는 전염병과 내란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시장의 업무는 고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하면서도 결코 자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나는 보르도시(市)를 내 어깨에 짊어질 수는 있지만, 내 간이나 폐에 넣을 생각은 없다.”


업무는 성실히 수행하되, 그 일이 내 장기를 상하게 하거나 영혼의 평화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는 타인을 돕는 일과 자신을 파괴하는 일을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몽테뉴가 말한 ‘건강한 이기주의’입니다.


오십은 이제 ‘관계의 양’보다 ‘밀도’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으로 남으려 애쓰는 것은, 사실 누구에게도 진실하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타인에게는 ‘적당히 다정’하되, 자신에게는 ‘철저히 이기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며 나를 지키는 ‘관계 다이어트’의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리에르 부티크 : 영혼의 뒷방]


‘의무적 다정함’의 유효기간을 끝내십시오.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중년이 갖춰야 할 최고의 품격입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저만의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라는 말은 상대를 거부하는 칼날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대리 수강’하지 마십시오.


상대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이 내 탓인 양 전전긍긍하지 마세요. 몽테뉴가 시장직을 수행하면서도 보르도 시민들의 모든 불평을 자신의 고통으로 가져오지 않았던 것처럼, 타인의 감정과 나의 평온함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그어야 합니다.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먼저 단단하게 서 있어야 타인에게도 진실로 다정한 에너지를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몽테뉴는 남을 돌보느라 자신을 소홀히 하는 것을 ‘배신’이라 불렀습니다. 이제껏 타인의 부탁에 응답하느라 미뤄두었던 당신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거절이 미안하지 않은 나이, 그것은 당신이 비로소 당신 인생의 ‘우선순위’를 되찾았다는 증거입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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