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결혼식

불효가 따로 있던가

by 윤덕순

1984년 8월, 충무체육관 합동결혼식

날은 덥고, 몸은 무거웠다. 저 멀리 보이는 진숙이의 친정엄마는 울기만 하셨고, 친정아버지는 먼 곳만 바라보셨다.


진숙이는 생각했다.

'불효인 줄 알지만 이제 와 어쩌랴.' 하지만 막상 두분 얼굴을 뵈니 웃을 수가 없었다. 웃는 얼굴로 버진로드를 걸으면 좋았겠지만, 단독홀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면 좋았겠지만, 형편상 면사포를 쓰고 부케를 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드레스 대신 한복이었지만, 이렇게라도 결혼식을 올리니 비로소 ‘공식적인 가정’으로 인정받은 셈이었다.


돌 지난 첫째가 걷고 있었고, 둘째는 뱃속에서 여덟 달을 채우고 있었다. 늦은 게 어디 있으랴, 순서가 무슨 상관이랴. 상견례와 결혼식을 한 번에 치르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스스로 그렇게 위안했다. 하지만 내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았겠지. 그 속을 다 헤아리기엔 나는 너무 어렸고, 내 삶이 버라이어티하여 거기까지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삶이 지긋하고 벅차 벗어나고자 선택한 대전행이었는데, 인생이 이렇게 복잡해질 줄이야.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와 덕순이는 이웃집에 맡기고, 새벽부터 치장한 채 나와 비슷한 처지의 부부 수십 쌍과 함께 충무체육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 뜨거운 하루가 지나고 몇 주 후 덕순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이번에도 뒷집 순이 할머니 손을 빌려 세상에 나온 이 집의 장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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