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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선 Jun 08. 2021

산후보약 지으러 갔다 온 썰 푼다(feat 다이어트)

출산 후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우울감, 여자로 태어난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하는 와중에 생기는 억울함(이건 언젠가 쓸 예정), 무릎 통증과 붓기였다.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 몸무게가 8키로가 될 때까지 무릎 통증은 가시질 않았고, 힐 신고 콘서트 스탠딩 뛰던 나는 매우 당황하기 시작했다. 평소 관절이 나쁘지는 않았으니 산후풍을 예상하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삼성역에 있는 모 한의원을 찾았음.


아침부터 지옥철을 타고 헉헉거리며 한의원에 들어섰는데, 의사님의 포스가 좀 심상찮았다. 여기서부터 예상했어야 했는뎈ㅋ 암튼 내가 작성한 문진표를 보시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심. 기본적인 건 언제 출산했냐, 출산방법과 모유수유 기간, 아기의 성별과 무게... 그리고 현재 가장 불편한 부분과 현재 식습관 등. 가장 불편한 건 무릎과 붓기라고 말했음. 묵묵히 듣던 의사님은 이것저것 적더니 살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심. 5키로? 하니까 단호한 말투로 이건 다 빼드릴게요ㅋ 하심. 솔직히 너무 자신있게 말해서 좀 놀람. 예전에도 한약은 몇 번 먹어봤고, 그 때마다 체중도 조금씩 줄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체중감량을 기대하고 있긴 했음. 상담 마칠 때 쯤 물어보려 했는데 이렇게 훅 들어올 줄은 몰랐지ㅋㅋㅋㅋㅋ


암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인바디를 했고, 결과는 좀 절망적이었는데 임신 전 보다 10키로가ㅋㅋㅋ 쪄있었고 그 중에 8키로가 체지방이었음. 결과지 보자마자 아니선생님제가생각보다살이마니쪘 <<< 속사포로 말했는데 그때부터 의사님이ㅋㅋㅋㅋ 돌변하셔가지곸ㅋㅋㅋㅋㅋ 우리 상식을 좀 파괴해 봅시다 라며ㅋㅋㅋㅋㅋㅋㅋ 이것저것 마구 질문을 던지심.


의사님 : 쌀 8키로 짜리를 들고 운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덕선 : 건강해진다?

의사님 : 관절 다 나가요ㅋ


그러면서 지금 덕선씨는 8키로 짜리 쌀을 몸에 두르고 있는거라며ㅋㅋㅋㅋㅋ 책상에 있는 체지방 모형 가르키면서 저거 몇개쯤 될거 같냐곸ㅋㅋㅋ 80개요? 했더니 아니래 17개래 아씨ㅋㅋㅋㅋㅋ 암튼 지금 몸으로 운동하는건 미친 짓이고 무릎 아픈건 동네 한의원에 자주가서 침 맞으라곸ㅋ 자긴 다른 처방을 할거라함 (이 때부터 정신이 좀 혼미해졌음)


그 때 부터 아침 안먹고 점심 저녁 폭식하는 내 생활습관에 대해 폭격하심ㅋㅋ 아침에 배 안고프냐해서 안고프다 했더니 몸이 배고플 틈이 없다곸ㅋㅋㅋ 지금 배고픔을 1도 못 느끼는 몸이라 그렇대 = 많이 먹는다는 소리ㅠㅠㅠㅋㅋㅋㅋ 아 근데 사이사이에 빵을 좀 먹어줘야 살거 같은데 암튼 그러면서 식이를 위한 방법 5가지를 적어주며 막 설명을 하심. 세히 쓰면 영업비밀 노출하는 것 같고, 간략하게 적으면 몸이 배고플 틈을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서 적당한 양을 먹어봐라-였음. 여기서 의사님의 질문공격이 또 시작됨.


의사님 :  물을 많이 먹으면 건강해진다?

덕선 : 그렇져?

의사님 : 쌀이랑 밀 중엔 뭘 먹어야 할까요?

덕선 : 쌀....

의사님 : 운동도 적당히 해야겠죠?

덕선 : 네에....


그랬더니 운동하면 안된다니까 무슨 소리냐곸ㅋㅋㅋㅋ 그리고 덕선씨는 지금 물이랑 국 다 많이먹음 안된대 체수분이 겁나 높아서 부종이 있다고 역정내심. 그러더니 갑자기 아니 쌀이랑 밀 중에 쌀이 더 좋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요? 하더니 이탈리아 사람들 뭐먹어요? 파스타 먹잖아요. 아니 그럼 이민은 어떻게 갈거야? (이민.. 안갈건데요...) 이민 간 사람들은 다 살찌게??? 하더니 또 질문.  몽골, 몽골은 뭐먹어? 그걸 제가 어케 알아욬ㅋㅋㅋㅋ 모르겠는데요 하니까 몰라????? 하셔서 아 모르겠는뎈ㅋㅋㅋ 해버림. 풀이 많이 안나서 양고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이 의사님이 흥분하면 좀 반말을 쓰는 타입인데 저도 그래가지곸ㅋㅋ 어쩌다보니 반말도 좀 했음. 의사님과의 최초의 반모ㅋㅋㅋ


암튼 밀도 좋다고 먹는거 가리지 말라는게 흥분의 목적이셨음. 시간만 맞춰 먹으라곸ㅋ 내가 대답이 좀 떨떠름했나 그 때부터 본인 아들ㅋ 얘기를ㅋ 꺼내시며ㅋㅋㅋㅋ 감기도 잘 안 걸린다고 티엠아이를 마구 뿌리심. 심지어 부인은 양방의사시라고.. 아 느껴진다 기득권의 향기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고 듣는 동안 아들님 좋겠다 그 생각만 함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멍 때리는게 느껴졌나 이번에는 주먹 두 개 쥐고 모아보래ㅋㅋ 이건 모지 했더니 그게 덕선씨의 위 크기라고ㅋㅋㅋㅋㅋ적당히 먹어야 한다곸ㅋ 알았읍니다 알았다고욬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사이 진맥도 몇 번 하심ㅋㅋ 키가 커서 별로 티는 안나는데 이런 애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훅간다며... 젠장........ 그러면서 튼튼한 집을 가져서 이 정도 유지하고 있지 저승길로 걸어가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고ㅠㅠㅠㅠ 애 낳고 나서는 몸이 완전히 변하니까 (누가 이렇게 변할 줄 알았나요) 그렇게 만신창이로 살면 안된다 함.


알겠어요ㅇㅇ 했는데 갑자기 또 막 흥분하시면서.. 무릎 아픈것만 고쳐주면 그게 명의겠냐고 큰 틀을 봐야한다 내가 사촌동생 한약이라 생각하고 짓겠다곸ㅋㅋㅋ 자길 믿고 따라와 보라며 3개월에 8키로 예상한다ㅋㅋㅋㅋ 그러면서 약에는 산후회복하는 것과 기력보충.. 암튼 좋은건 다 넣어주겠다는 느낌이었음. 땀 많이 안흘리죠 하더니 이번 여름엔  땀도 많이 날거래ㅋ 피부는 확 뒤집어질거라고... 아니 말이 너무 빠르셔서 갱장히 약장수 같았지만 매우 신뢰가 느껴짐. 암튼 설명해주던 종이가 있었는데 그거 한번 더 짚어주시면서 1번 2번.. 5번까지 다시 강조하심ㅋㅋ 네네 했더니 종이를 덮어.


의사님 : 3번이 뭐였죠?

덕선 : ㅇㅁㅇ


하ㅋㅋㅋㅋㅋ 지독하다 지독해ㅋㅋㅋㅋㅋㅋ 직업도 다 깐 마당에 대답도 못하니 존트ㅋ 창피하곸ㅋㅋㅋㅋ 아 아시잖아요 저 머리 나빠서 한의대는 못가고 사범대 갔습니다ㅠㅠㅠ 아 이제 그만 집에 가고싶ㅋㅋ엉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시며 식이 사진 찍어서 다음주에 한 번 더 보자고 하심ㅠㅋㅋㅋ 생각해보니 다음주에는 수업해야 하는데요 암튼ㅋㅋㅋㅋ


그렇게 혼미한 정신으로 한의원을 빠져나옴ㅋㅋ 그리고 이 모든것을 비영리에 공유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온 결론



가스ㅋㅋ라이팅ㅋㅋㅋㅋㅋㅋ 당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왔ㅋㅋㅋㅋㅋㅋㅋ 아씨 저거보고 웃겨서 울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오해하실까바 야채x는 야채만 먹지말고 골고루 먹으란 뜻입니다... 물x도 물 많이 먹는게 좋은거 아니라고ㅋㅋ


암튼 얼떨결에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이 아니라 의사님과 함께 식이요법+한약을 먹어보기러 했습니다. 일단 약은 한달치만 지어주심. 사실 길어진 빵 생활에 물먹은 이불처럼 무거워진 몸이라 식습관 개선과 체형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음ㅠㅠ 하루종일 커피를 달고사니 붓기도 안빠지는게 당연했음. 일단 목표는 제 시간에 먹는 것 부터... 사이사이 허기짐을 좀 느껴보는 것 부터 시작... 은 한약오면 해야지. 백년 만에 삼성역 갔기 때문에 요새 핫하다는 노티드 도넛 포장해옴. 혼났기 때문에 3개만 삼ㅋㅋㅋ 그리고 간식으로 먹고 또 속이 안좋아서 끙끙댐ㅠㅋㅋ 소화력이 아작나 있는 상태라 여러모로 식이요법이 필요하긴 한 듯. 아니 근데 의사님이 너무ㅋㅋㅋㅋ 유니크하셔서 검색해서 후기를 좀 봤더니 원래 그런 분이신거 같고ㅋㅋㅋㅋ 말이 좀 격해서 그렇지 이것저것 상태를 잘 짚어주셔서 믿고 따라보려 함. 가격도 착했어요. 선생님 재밌었고요... 살 꼭 빼주세요ㅋㅋㅋㅋ


+ 한의원 공답은 살 빠지면 100일 뒤에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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