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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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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ug 04. 2023

11화 - 덕질인가, 종교인가 그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두가 아는 최고의 MC가 이번 일기의 주인공이다. 메뚜기 하면 유재석, 유재석 하면 메뚜기! 뚝유유뚝, 유재석!

출처 : 안테나 뮤직, 나무위키 / 유재석

이게 덕질일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하게 좋아했고, 당연히 존경하게 되는 이 마음이 신앙심 같다는 생각은 해봤어도 덕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믿는 사람, 사랑해 주는 사람,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거 같다.


무모한 도전무한도전처럼 여전히 한계를 모르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을 다잡고 반성하게 된다. 거기다 그 도전은 한정되어있지 않다. 스포츠부터 아이돌, 가수, 제작자, 연주자까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다. 여러 방송국과 유튜브, OTT까지 방송으로도 한계 없이 도전 중이다. 볼수록 대단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수준이다.


특히 플레이유가 가장 돋보였다. 플레이유 레벨업 시즌 1과 시즌 2인 빌런이 사는 세상은 새로운 시도에, 시청자들의 투표로 인한 선택과 추론 외에는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게 엄청난 부담으로 보였다. 그걸 떠안고도 라이브 방송 2시간을 매주 해내고, 시청자와 소통에 장난치며 다른 연기자들과 만담에 추리까지 하는 모습은 턱을 빠지게 했다. 멀티 플레이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병원을 가면서, 밥 먹다가 영상 본다고 혼나가며 매주 라이브를 시청하고 참여했다. 아마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말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분이니까.


근데 이 '좋아한다'는 말이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덕질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이 되진 못했다. 기준은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좋아한다는 건 너무 주관적이고, 이게 사랑의 다른 형태인 건 맞지만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실히 하고자 사전을 찾아보게 되었다. 덕질의 사전적인 의미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라 되어있는 걸 보고 생각했다.


X맨부터 더존 : 버텨야 산다, 플레이유 레벨업까지 유느님이 나온 방송을 다 챙겨보는 것도 그렇지만 굿즈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같다. 직접 돈 주고 산 유산슬 달력, 추첨으로 받은 행운 가득 포토카드, 선물 받은 무한도전 다이어리까지 있다.


다이어리는 어디로 갔는지 안 보여서 끝내 못 찾았다. 달력은 문고리에 걸어뒀더니 계속 치이고 치여 결국 윗부분이 좀 찢어지고 말았다. 포토카드는 포장된 상태로 베개 밑에 두고 잠을 자는 중이다.

유산슬 달력
행운 가득 포토카드

아이돌을 덕질하던 모습과 흡사해진 이 상황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덕질이 맞는구나.' 하게 된 것이다. 더는 무한재석교 같은 종교적인 의미나 덕질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겉따속차, '겉은 따뜻하고 속은 차갑다.'라는 뜻이다. 유튜브 핑계고에서 유느님을 보고 한 말인데, 이성적이면서도 상처받을까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포장해 주는 배려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보면 종교 같은데 정말 알 수가 없다.

출처 :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사람이 겉이든, 속이든 늘 따뜻할 수 없기에 인간적인 면모가 더 돋보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티격태격, "뭐 하니?" 하고 먼저 안부를 물으며, 장난치고 놀자는 선배이자 할 말은 다 하고 마는 직설적인 화법,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처음 보는 후배들이어도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다정함에, 예의까지 갖추기란 쉽지 않은데 뭐 이렇게 종합선물세트처럼 있는 건지 너무 멋진 어른 같다.


그 어른도 다른 부모님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신기하다. 분명 재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씨" 하고 부를 것만 같은데 화나면 "야!" 하면서 언성이 높아지는 건 다들 똑같나 보다.


이렇게 계속 써 내려가면서 느낀 거지만 종교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덕질로 점점 기우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입덕부정기처럼 덕질부정기를 긴 시간 겪고 있었거나 이게 덕질인지 몰랐던 거 같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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