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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ug 08. 2023

12화 - 이보다 고마울 순 없다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어주지 않아도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고마워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 그런 순간이었던 이번 일기의 주인공은 인피니트(INFINITE)다.


출처 : 인피니트 컴퍼니 / 인피니트(성종, 우현, 엘, 성규, 동우, 성열)


그때의 나는 주변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그런 내가 좋아한 아이돌이 인피니트였고, 그때 제일 좋아한 노래가 파라다이스(Paradise)였다.


'여기 있어 더 더 부탁할게 더 더 잘해 줄게 더 더 아직은 못 보내니까 난 난 살아야 해 난 난 버텨야 해 난 난 언젠간 멈출 테니까'라는 가사가 어쩐지 나와 비슷해 보이는 노래라 느껴졌다. 누군가를 필요로 해서 곁에 두고 붙잡으려는 모습이 어떻게든 사람들 옆에 있고 싶어 하는 나 같아서 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것만으로도 벅차올랐었다.


가장 좋아한 앨범은 'INFINITIZE'였다. 이 앨범은 유일하게 돈 주고 사서 소중히 책꽂이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던 거였다. 그 앨범은 태풍에도 꺾이지 않고 잘 버텨낸 나에 대한 선물로 산 거였다. 


INFINITIZE의 타이틀곡은 추격자고, 가장 좋아한 곡은 Feel So Bad다. 특히 '움켜줬던 불안함 모두 안식처란 내게 편히 펼쳐'라는 부분의 랩 가사가 마음의 한 구석을 건드렸다. 듣고 싶은 말이어서 더 울컥하는 게 있었다. 그 노래는 나에게 안식처 그 자체가 되어준 거 같다.


인피니트를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게 있다. 언제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한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내가 학교에서 따돌림당할 때 다른 친구들의 눈을 피해 같이 있어준 친구였다.


그날은 그 친구와 다른 친구, 나. 셋만의 채팅방이 만들어진 날이었다. 서로의 공통분모인 인피니트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인피니트 잘생겼다.", "넌 누가 최애야?" 하며 인피니트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던 중, 어쩌다 사진 이야기가 나왔다. "후감이 넌 사진 좋아해?"라고 묻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사진 싫어해."라고 보냈었다. 내가 인피니트의 사진을 올리자 "너 사진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라고 답장이 왔다. "인피니트 사진은 좋아해." 하고 보내자, 말이 안 된다며 그 친구들이 뭐라고 답장을 계속 보내왔다. 계속 바라만 봤다. 그 내용들이 거의 비난 같았고, 그 말들이 너무 아프게 다가와서 더는 보기가 힘들었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방을 나왔는데 그 친구들이 그 방에 다시 초대를 했다. 왜 나갔는지, 초대해도 되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저 강제로 초대된 채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다시 나가자 더는 초대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그 친구들과 다시 차근차근 잘 얘기했겠지만 서로가 어린 탓도 있고, 상처받았던 기억들 때문에 감정을 오해한 게 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저도 인피니트의 노래를 들었다. 들으면서 숨죽여 울었다. 소리가 새어나가면 가족들이 듣고 알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웠던 거 같다. 안 그래도 힘들 텐데 나까지 걱정시켜서 더 힘들게 하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다. 내 일이니까 내가 책임지고 나 혼자 떠안으면 된다고 생각한 거 같다.


나의 이런저런 순간들에 인피니트의 노래가 있었다. 그 순간은 사람이 너무 간절하고 필요했고, 외롭고 힘들었다.


인피니트의 노래는 공허한 시간들을 채워줬고, 아픔을 공감해 주는 존재였고,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친구이자 안식처였다.


그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나는 그 노래들 덕분에 버티고 버텨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이보다 더 고마울 순 없는 거다. 노래해 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인피니트만의 회사인 인피니트 컴퍼니, 5년 만의 컴백이자 데뷔 13주년. 내가 좋아했고 평생 고마울 사람들이 여전히 잘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내가 다 뿌듯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이보다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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