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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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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ug 11. 2023

13화 - 아름다웠던 덕질에게

어떤 힘든 일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된다. 그 시간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반짝임을 선물해 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이름B1A4다. 바로 13번째 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출처 WM엔터테인먼트 / B1A4(신우, 공찬, 산들)


B1A4가 데뷔한 2011년에 알게 된 뒤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였다.


다른 친구와 도서관에서 작게 얘기하고, 같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서 "너 왜 나 말고 쟤랑만 놀아? 절교해!" 하고 얼마 뒤에 다시 "미안해, 후감아. 다시 나랑 친구 해 줘." 그러고, 체육시간에 동아리 뭐 들을 건지 정하고 있으면 "클라이밍 듣고 싶은데! 후감이 넌 왜 클라이밍 안 해?" 하고 묻다가 원하는 답이 안 나오니까 선생님에게 "쌤! 후감이가 저랑 클라이밍 안 듣겠다고 해요!" 라며 이르곤 했다.


사실 이런 건 견딜 수 있었다. 적당히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으면 되는 거고, 내가 많이 힘들어 보였는지 주변에서 도와주고 챙겨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그 애의 거짓말이었다. 병원비, 차비가 없다면서 돈을 빌려간 그 애는 그 돈으로 PC방에 갔고, B1A4와 친해서 가끔 집에도 놀러 오고 자고 가기도 한다며 자랑처럼 얘기했지만 전화 거는 걸 본 적이 없고, 같이 여행 간다더니 사진 한 장 찍어서 가져오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B1A4와의 이상한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지금도 충격적이라 그 내용은 쓰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생일 선물로 준다며 산 앨범도 결국 자기가 가져갔고, 핸드폰 빌려간다면서 그대로 본인 집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내 핸드폰인데 어떻게 찾아야 될지 모르겠어서 무작정 그 애의 집까지 찾아갔었다. 그건 그 애의 할머니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면서 핸드폰을 돌려주셨다.


어떤 날은 핸드폰을 잠깐 빌린다면서 가져가더니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던 친구에게 욕이 섞인 문자를 보냈었다. 그 친구에게서 욕을 들은 게 처음이었던 터라 많이 놀란 마음에 울고 있자, 엄마가 내 폰의 문자내역을 확인하셨다. "네가 먼저 욕했으니까 얘도 화나서 욕한 거네." 하시는 엄마의 말에 다시 문자를 보니 내가 보내지도 않은 욕이 쓰여 있었다. 그 애가 보낸 욕으로 친구들과의 사이가 틀어질 뻔했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하던 그 해에 자주 듣던 노래가 있었다. 그건 바로 B1A4의 데뷔 앨범인 LET'S FLY의 5번 수록곡, Only One이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올 때, 너무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꺼내 듣는 애착노래였다. 그만큼 난로처럼 환히 밝혀주고,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녹여주는 위로와 격려의 노래라 들을 때마다 편안했다. B1A4의 이 노래가 없었다면 견디는 게 더 힘들었을 것이다.


B1A4가 한 활동 중 가장 좋아했던 건 걸어 본다 때였다. 그 무대를 볼 때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자세를 고쳤었다. 그만큼 좋아했다. 왜냐하면 너무 빛이 났었기 때문이다. 탄산이 톡톡 터지듯 빛이 반짝였다.


아마도 B1A4가 Lonely, SOLO DAY로 활동할 때였던 거 같다. 애와의 문제로 학교 선생님에게 불려 갔었다. 그 애가 그동안 나한테서 돈을 얼마나 빌려 갔는지 물어보셨고, 3년간 빌리고 갚지 않은 게 거의 10~2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건 부모님께 연락드려야 될 문제 같구나."라고 하셨었다. 그 연락을 받은 엄마는 그냥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 이후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건 정말 오래 본 친구가 아니고서는 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도 B1A4를 보면 좋았다. 잠시 현실을 잊게 해 주는 피난처, 기분 좋은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B1A4를 좋아하는 친구와 B1A4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고, 많은 친구들과 서로의 덕질 얘기를 나누며 더 친해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B1A4이자 덕질이어서 다행이었고, 너무 좋았다.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한 줄기의 빛이 되어준 B1A4가 있어서 힘든 날 속에서 좋은 날, 좋은 사람까지 만날 수 있었던 거 같다. 일을 용기 내서 무용담처럼 쓸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덕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웠고, 여전히 아름다운 그 시절의 덕질에게 넌 늘 반짝이며 그 시절을 아름답게 빛내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서 잊혀졌을까, 다 타서 없어지진 않았을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들이 별들의 마음으로 가 잘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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