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편 - 폭포

by 덕후감

제목 : 폭포

가수 : 이승윤

앨범명 : 역성

발매일 : 2024.07.03


쪽지시험 퀴즈를 풀고 있던 그날, 시스템은 자꾸 멈추고 또 재시작되기를 반복했다. 화면은 얼고, 시간은 흐르고, 나는 점점 조급해졌다. 간신히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제출은 됐다고 떠 있었지만, 끝내 나가지는 못한 채 흐르는 타이머만 바라봤다. 마감 5분 전이라며 재촉하는 문구는 오히려 속을 더 뒤집어놓았다.

겨우겨우 30분이 흘러 시험창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는 숨을 돌리기 위해 티빙을 틀었다.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 2회를 보던 중이었고, 마침 이승윤이 ‘폭포’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가 시작되고, 화면 뒤로 실제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장면이 비쳐졌다. 그 전주와 물줄기를 바라보는 순간, 시험 내내 쌓였던 답답함과 속앓이가 폭포에 씻겨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폭포가 쏟아지는 곳에서 보폭은 좁아지네 저 청량하고 상냥한 소리에 처량한 방랑자들이 다 걸음 걸음 걸음 걸음 멈추네.”

이 가사를 들으며, 마치 내가 그 폭포 앞에 선 방랑자인 것 같았다. 길 잃고 헤매던 하루 끝에 폭포 앞에 멈춰 서서, 그 청량한 소리에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나직하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후반부의 “허무야 나를 부숴줘”부터 “내 분수를 이제 보여줄게”까지, 물줄기는 거칠어지고 강해졌다. 쏟아지는 폭포가 바위를 부딪고 튀는 것처럼, 내 안에서도 억눌렸던 감정이 쿵쾅거렸다. 감정이 터지는 순간, 나는 묘한 해방감과 쾌감을 느꼈다. 마치 내 안에도 거대한 폭포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처럼.

폭포’라는 노래는 단순히 감상용 음악이 아니었다. 내 하루의 숨막힘과 감정의 무게를 담고, 그것들을 정화해주는 하나의 풍경이자 위로였다. 어쩌면 나는 이 노래를 통해, 내 안에 있던 폭포를 처음으로 마주했는지도 모른다.

[감상시]

폭포

거칠고 시원하게 내리네,

무수히 많은 물줄기들이.

추적이는 소리가 들리네,

마치 빗소리가 울리듯이.

이리저리 튀어오르면서

모두 자유로이 비행한다.

나는 물줄기를 타고 있네,

폭포의 흐름을 따라 흘러.

어느새 나는 폭포가 되어,

바위 틈에 스미고 고인다.

나를 집어삼킨 물줄기를

두 손을 모아 끌어안았다.

다정했던 어느 폭포수는

내 마음과 함께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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