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일본어, 중국어, 영어 가사의 앨범도 내고 언어를 배우곤 한다.
오늘은 이 중에서 덕질로 중국어를 공부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는 모두 중국어였고, 기본적인 말들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간단히 PPT를 만들어서 발표하고 수업했던 적이 있다.
이때는 한창 빅스를 좋아할 때여서 빅스가 불렀던 노래를 하나씩 집어넣었었다. 니시아적명중주정(운명처럼 널 사랑해)이라는 중국 드라마의 OST인 명중주정을 빅스가 부른 뒤로 흥얼거리며 뜻까지 알고 싶어서 번역기도 돌리고, 아는 한자가 있으면 그 뜻이 맞는지 찾아가며 열심히 번역했었다.
그 당시에 더 리믹스라는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정현 님의 와 + 바꿔, 시샤샤(嘻唰唰), 늑대(狼),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命中注定), 너의 사랑이 고마워(謝謝你的愛 1999)+사슬, 왕년에(那些年)까지 여러 무대를 보여줬다.
같은 소속사인 세정언니의 중국 커버곡을 들으면서 발음에 대해 더 정확히 공부할 수 있었다.
깨지지 않는 사랑(永不失联的爱), 빛을 쫓는 사람(追光者), 한 가지의 슬픔이 있다(有一种悲伤)를 중국에서 부르기도 했고, 커버곡으로 유튜브 채널에 올려줬었다. 그 덕분에 중국 노래도 알고 발음이 정확해서 듣기가 수월했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사랑으로 중국어 공부한 흔적 1
영원히 깨지지 않는 사랑으로 중국어 공부한 흔적 2
영원히 깨지지 않는 사랑으로 중국어 공부한 흔적 3
빛을 쫓는 사람으로 중국어를 공부한 흔적 1
빛을 쫓는 사람으로 중국어를 공부한 흔적 2
빛을 쫓는 사람으로 중국어를 공부한 흔적 3
나중에는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중국 배우들을 잠깐 좋아했었는데, 그때 노래를 계속 듣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는 왕보원(王博文)이다. 처음에는 드라마 첫사랑의 멜로디를 보고 호감을 가졌는데, 노래를 듣다 보니 어느새 나왔던 예능까지 다 찾아서 보고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나 예능은 들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노래는 듣고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아직도 생각나고 좋았다는 생각이 든 노래가 부연(敷衍)과 잘 자요(晩安), 강(河)과 넌 내 마음을 느낄 수 있니?(你能感受到我的心吗)까지 네 곡이다. 부연은 가사를 번역할 때, 감탄했었어서 기억이 난다. 가사가 예쁜 걸 넘어서 시 같고 영화처럼 장면이 그려졌다. 매번 그 장면들을 머리로 그려나가며 듣는 재미와 곪아있던 부분이 나아진 걸 느끼면서 들었었다.
부연을 공부한 흔적 1
부연을 공부한 흔적 2
부연을 공부한 흔적 3
완안은 중국어로 잘 자라는 말인데, 정말 자기 전에 한 번씩은 꼭 듣고 잤었다.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그리운 감정이 느껴졌지만 졸린 게 더 컸던 거 같다. 새벽에 들으면 심연 아래에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꺼내질 노래다. 강은 잔잔하게 물이 흘러가는 기분이 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된다. 가사가 슬프고 이별을 말하더라도 목소리와 분위기 때문에 같이 흘러감을 느끼며 들었었다. 첫사랑의 멜로디의 OST인 넌 내 마음을 느낄 수 있니는 첫사랑 때의 풋풋하고 간질거리는 노래여서 설레게 된다. 드라마랑 잘 어울렸고, 목소리가 좋아서 좋아했는데 느낌은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대만의 아이돌 그룹 Spexial로 활동하다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왕이륜(王以綸)도 좋아했었다. 캐나다 화교라 영어 이름은 Riley Wang이다.
처음에 알게 된 건 중국 드라마였는데, 초식립정아애니(稍息立正我愛你)를 보고 나서였다. 꽤 재밌었고, 약간 껄렁하고 까칠한 서브남으로 나왔었다. 중국어 자막만 켜고 봤었는데, 자막으로 이해가 안 될 때 표정이나 행동, 말투를 보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전달돼서 보기 괜찮았다. 그 뒤에 본 게 너를 들려줘(最動聽的事)와 구천미애정(九千米愛情)이다. 너를 들려줘는 성우지망생과 바이올린 제작자의 사랑 이야기라 자막 켜고 보면 이해할 수 있었는데, 구천미애정은 항공사 내 파일럿과 승무원의 이야기라 직업적인 말이 꽤 나와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한글 자막과 비교해서 봐야 "저게 저런 말이었구나" 하며 이해할 정도였다. 결말은 좀 그랬다. '갑자기 이렇게 끝난다고?' 하면서 당황했었다.
중국어 공부는 성조, 한어병음만 알면 읽는 건 그나마 수월하다. 문장 구조는 영어랑 비슷하고, 영어나 한자를 할 줄 알면 생각보다 더 쉬워지는 것 같다. 노래, 드라마, 영화로 공부를 했었지만, 늘 그렇듯 안 쓰기 시작하니 까먹게 된다. 아무래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 성조나 한어병음 정도는 읽을 수 있고, 노래도 한 번 들으면 금방 따라 부를 정도는 된다. 그나마 남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