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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Oct 15. 2023

세 번째 - 덕질에 굿즈는 필수다

덕질을 하다 보면 다른 연예인 또는 같은 연예인을 덕질하는 팬들 중 반 이상은 떡메모지부터 핀버튼, 인형, 포토카드, 티켓꽂이까지 굿즈로 만들 수 있는 종류의 상품들을 직접 만들어서 나눠주거나 판매하기도 하는 일들이 자주 있다.


생일이면 생일 카페에서 연예인의 이름을 넣어 만든 음료와 디저트까지 있기도 하고, 기념일이나 1위를 한 날이면 이벤트성으로 팬들에게 앨범이나 개인적으로 만든 굿즈를 선물로 주기도 하고, 개인소장을 목적으로 만든 굿즈가 반응이 좋아서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을 모으게 되기도 한다.


그런 걸 볼 때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내가 그럴 돈이, 재능이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한숨만 푹푹 쉬기 일쑤였다.


생일카페까지는 무리지만, 그래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굿즈 만들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스냅스라는 어플로 아이돌 사진을 인화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든 사진들을 골라서 인화하여 받아본 결과,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해본 건, 스냅스로 포토 카드를 만드는 거였다. 양면으로 20페이지, 총 10장을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더 예뻐서 마음에 들었었다. 지갑에도 쏙 들어가니까 언제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김국헌×송유빈 팬일 때 만든 개인소장용 양면 포토카드


세 번째로 도전한 게 바로 키링, 열쇠고리다. 포토 카드, 사진 인화를 할 때처럼 키링으로 계속 달고 다니면서 보고 싶은 사진을 선택해서 만들었다. 기본인 직사각형으로 만들었어도 예뻤다.


이렇게 만들어도 마음에 차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몰라서 오래 고민하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답을 찾아본 결과, 내가 그린 게 아니라 이미 나와있는 결과물로 만들어서 아쉬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 번 그려본 결과, 엉망진창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건 어플로 보정이라도 해보자는 거였다.


보정을 하게 되는 순간, 내가 조금이라도 손을 댔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씩 하늘로 솟는 것 같았다.


그림을 배우고 난 이후로 보정과 사진으로 만드는 굿즈는 의미가 없어졌다.


굿즈를 나 혼자 숨겨놓고 보기 위한 게 아니라 굿즈를 만들어서 역으로 선물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그림을 늘려가기 시작하더니, 그걸 사진으로 인화하고, 액자에 넣고, 키링으로 만들기도 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굿즈를 만들게 되었다.


굿즈를 만드는 걸 누군가에게 강의 받은 건 아니지만, 찾으면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존에 있는 사진으로 만들기 보다는 직접 그려서 만든 굿즈가 더 의미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사진에도 여러 노력과 정성이 들어있지만, 그게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직접 그리는 걸 더 선호하게 되었다.


아는 언니의 부탁으로 다른 배우님의 탄생화가 들어간 편지지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부탁 받은 아네모네 꽃 편지지의 앞/뒷면

문구는 언니가 배우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가사의 일부분을 가져왔다.


배우님에게 드린다면, 누가 보냈는지 단 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편지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고 난 뒤, 네 번째로 도전한 게 배우님만을 위한 편지지다. 네잎클로버 모양의 편지지를 드리기만 했어서 그 편지지를 이어가는 느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편지지는 생각보다 예뻤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더해서 만든 <나는 당신의 행운을 바랍니다>라는 뜻의 영어 문구까지 전체적으로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다. 아직 프린트를 안 해서 쓰지는 못 했지만, 다음 편지부터는 그 자그마한 네잎클로버 모양의 편지지 대신 이 편지지를 쓸 생각이다.


이 다음에 도전해 보려고 생각해 둔 건 위 편지가 들어갈 맞춤형 편지봉투다. 간단하고 심플하게 네잎클로버에 어울리는 연두색으로 만들어 볼까 한다.


A4용지 사이즈의 편지지라서 더는 작은 편지지에 내용을 나눠 적지 않아도 되고, 또 모자라다고 사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다.


팬이라면 없어서는 안 될 굿즈를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굿즈를 만들 거고, 그릴 것이다. 아마도 모든 덕질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만 같다.


나중에는 굿즈들을 열심히 그리고 만들어서 생일 카페까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목표도 같이 세워보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도안 값이나 디자인 값이 줄어들어서 편해질 것도 같다.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언제쯤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필수 덕목인 굿즈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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