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설렘을 준다지만, 택배는 받아야 정말로 기대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택배를 20년 넘게 받아보기만 했지, 보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나마 해본 거라고는 반품 신청으로 인한 회수 시에 '반품'이란 두 글자를 적는 것 정도.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그걸 적는 것마저 헤매며 다다음 날에 기사님이 다시 회수하러 오셔야 했다.
그만큼 택배를 어려워 했고, 보내는 건 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게 되고, 팬아트를 그린 어느 날. 문득 그 그림의 주인공에게 택배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완성한 팬아트
프린트를 해야 했는데, 집의 프린트기에 잉크가 없어서 근처 문구점으로 달려갔다.
프린트를 완료하고 파일홀더에 넣은 뒤, 그걸 들고서 우체국으로 간 나는 순간 벙쪄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분주하게 물건을 바삐 포장하고 뭔가를 적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키오스크가 있는 게 당연했던 내 눈에는 사뭇 다른, 신기한 풍경이었다.
키오스크는 없고, 혼자 해야 하는데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한참을 우체국의 안과 밖을 오가며 서성거렸다.
사람들이 저마다 서서 무언가를 쓰는 걸 관찰하고는 나도 슬쩍 다가갔다. 운송장에 쓰일 부분들을 손으로 적는 거였는데,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었다.
소속사의 주소를 찾긴 했는데, 그걸 보고 써도 틀린 덕에 다시 한 번 더 쓰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틀리지 않고 완성했다.
그거 하나 하는데 서성거린 것까지 포함해 약 30분은 걸린 것 같다. 땀을 흘리며 다 쓰고 나서는 또 주변을 미어캣처럼 살피고 있었다.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보내려는 물건이 담길만한 상자를 고르고 물건을 넣어서 포장하기까지 했다.
A4용지를 담을 만한 크기의 상자를 찾기 위해 또 상자들과 열심히 눈싸움 했다.
눈싸움 끝에 210mm×297mm의 크기를 넘는 상자를 찾았다. 그 상자에 그림이 든 파일을 넣고는 뽁뽁이까지 같이 넣을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다.
그 상태로 편지까지 넣고는 박스 테이프를 감았는데, 예쁘게 하고 싶어도 이미 기운이 빠진 터라 조금은 엉성했던 것 같다.
택배에다 또 써야 되는 줄 알고 택배 상자 위에다 주소, 번호,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을 다시 적었다.
그렇게 적은 나는 1시간 만에 택배 접수를 하고, 결제까지 끝마쳤다.
1시간을 헤매고 허둥지둥하면서 배운 택배는 그래도 꽤나 뿌듯했다. 제발 이 택배가 잘 전해지길 바랐는데, 2022년의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낸 택배에 대한 응답이 도착했다.
그런 응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 했는데, 인증글을 올려주셔서 많이 놀랐었다.
그 뒤로 올해 4월에도 한 번 더 보냈었는데, 그때는 한 번 해봤다고 그래도 처음보다 40분이나 줄어있었다.
20분이라니, 두 번째 하는 건데 생각보다 빨리 끝내서 신기하고 뿌듯했다.
덕질이 아니었다면, 택배를 보내는 건 더 나중에 배웠거나 아예 모른 채로 넘어갈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택배에는 많은 물건들 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나의 첫 택배는 배움을 싣고서 내 애정과 떨림을 전해준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