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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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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ul 14. 2023

5화 - 제발 그 사람 덕질하지 마요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걸 알았다면 팬 안 했을 텐데 하고 후회한 경험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그런 뼈 아픈 경험을 하게 한 주인공은 빅뱅(BIGBANG)이다.


출처 : YG엔터테인먼트 공식사이트, 빅뱅(태양, GD, 대성) / 봄여름가을 겨울 앨범 사진


현재는 3인조(GD, 태양, 대성)로 활동 중이지만, 원래의 멤버 수는 5명이었다.


내 덕질은 그때의 이야기뿐이다.


2006년에 데뷔한 빅뱅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2007년의 ALWAYS, 거짓말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였다. 볼 때부터 '이 노래 뭐지? 뭔지는 몰라도 잘 되겠다.' 생각했었다. 노래는 상상 이상의 대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에는 노래도 그렇게까지 찾아 듣지는 않았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던 건 Hot Issue 앨범의 다음인 Stand Up 때였다. 이 앨범은 새우깡처럼 계속 손이 가게 되는 노래가 많았다. 타이틀곡인 하루하루부터 노브레인과 함께한 Oh My Friend까지 모든 노래가 좋았다. 하루하루만큼 좋아했던 곡은 천국이다. 들을 때마다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드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Remember 앨범의 타이틀곡은 누구의 노래로 기억하고 떠올리는지에 따라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었다. 바로 태안반도 살리기 프로젝트 동참곡이자 리메이크곡인 붉은 노을이다. 난 너를 사랑해- 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었다. 그때부터 빅뱅이라는 팀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3년 뒤에 나온 미니 4집은 역시나 좋았다. 특히 타이틀곡인 Tonight의 가사가 시구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더 좋아했다.


1년이 지나서 나온 ALIVE는 처음으로 돈을 주고 사본 앨범이었다. 그 앨범의 커버가 쇠로 되어있었어서 보관이 꽤 어려웠다. 그렇게 커버를 빼고 나면 멤버의 얼굴이 보였다. (그 앨범의 사진이 없는 건 덕질을 그만두면서 다른 사람에게 줬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를 본다면, 그 앨범 사지 말라고 뜯어말렸을 거다. 그래도 노래만은 좋았다. 이 앨범의 전곡이 좋아서 다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BLUE,

사랑먼지, BAD BOY, 재미없어, FANTASTIC BABY까지 모든 곡이 타이틀이었던 앨범이기에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이후로 산 앨범이 더 없었다는 것이다.


STILL ALIVE 앨범의 타이틀곡, Monster는 너무 좋아했고 공감했던 노래였다. 울면서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몬스터가 아닌데도 몬스터라며 배척받는 건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뒤에 M, A, D, E 시리즈 앨범이 나올 때부터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들다가 꽃길부터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마음이 사그라들어 재가 되었고, 그건 바람에 날아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그랬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솔로활동하는 것도 보고, 미운 우리 새끼에 나오면서 사업하던 그 사람을 좋아했던 건 덕질 인생에서의 제일 크나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라멘 가게에 가서 맛있게 먹었는데, 음식에 죄가 없다지만 찝찝하고 싫어서라도 그 예전 기억마저 다시 뱉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 일은 열혈사제와 같은 드라마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언급된 적이 여럿 있었기에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마저 알 정도의 소란이었다.


예상한 그 이름이 맞고, 게이트가 붙었던 여섯 글자 또한 맞다. 위에서 말리고 싶어 했던 앨범의 얼굴 주인까지 동일하다.


앞에서 좋아했던 아이돌들은 긴 시간 끝에 무죄를 입증해 냈지만, 이번은 유죄에 형을 살고 나왔기 때문에 더 다르게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덕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번 덕질은 좋아서 산 물품들을 담아준 쇼핑백에 시한폭탄이 든 걸 모르는 채로 들고 다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걸 들고 다녔다니....


주변의 누군가가 나와 같은 덕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 지금이라도 좋으니 그 덕질을 그만둘 수 있게 말려주길 바란다. 행복보다 더한 찝찝함을 안고 가는 그 기분은 정말 꺼내서 닦아내고 싶어질 정도라 그런 건 겪지 않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제발 그 사람 덕질 하지 마세요. 시간과 기억은 자를 수도, 돌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만큼 더 소중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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